크리스토퍼 바라티에 감독의 영화 '코러스'는 2차 대전 직후 프랑스 시골의 작은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이 영화는 실패한 작곡가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임시 교사 마티유, 전쟁고아 페피노, 편모 슬하의 반항아 모항쥬 등 보잘것없어 보이는 등장인물들의 내면세계를 '합창'이라는 매개를 통해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냄으로써 관객에게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꿈과 희망을 말한다. 닫힌 마음을 열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의 성장통,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마티유의 헌신적인 사랑에서 관객들은 '용기'라는 한 차원 높은 힘을 손에 쥐게 된다. '누구나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감동을 이끌어내고 삶에 대한 자세를 변화하게 만든다. 감동은 스스로를 정화시키고 의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는 힘인 것이다. '감동'(感動)이 단순히 감정적 '느낌'뿐 아니라 '움직인다'는 말이 더해진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올해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베네수엘라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선정됐다. 그는 음악 교육을 통해 불우 청소년을 교화하는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El Sistema)를 창설한 장본인이다. 1975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11명의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키면서 시작된 엘 시스테마는 그동안 30여만 명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간 빈민가 청소년 중에는 LA필하모닉 음악감독이나 베를린필 최연소 단원 등 불우한 환경을 이겨낸 인물들도 수두룩하다.
교과부가 발표한 '위기학생 실태 조사 및 지원 방안 연구' 보고서에 초'중'고교생 전체의 23.9%인 177만 명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위기학생'이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많은 학생들이 자살 충동이나 게임 중독, 청소년 범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위기 상황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아브레우 박사는 서울평화상 수상 소식을 접하고 밝힌 소감에서 "나의 일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청소년들에게 인생의 가치를 일깨워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주려는 노력"이라고 했다. 그 노력은 아이들이 스스로 삶의 가치를 깨닫고 변화하는 원동력이자 감동의 원천인 것이다. 교육적'심리적으로 적절하게 개입하지 않으면 자칫 인생을 그르칠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엘 시스테마나 코러스와 같은 기적은 없을까.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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