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 홍콩영화 붐을 이끌었던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가 이달 중순 워런 버핏이 벌이고 있는 기부운동에 합류했다. 8억5천600만 홍콩달러(약 1천280억원)가량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그가 사후(死後)에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2006년에 이미 재산의 99%(약 460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한 워런 버핏의 기부운동이 중국에까지 퍼지고 있다. 워런 버핏은 오늘 베이징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 빌 게이츠와 함께 자선만찬을 열기로 했다. 지난 6월부터 미국 400대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기부 약속'(The Giving Pledge)이란 운동을 펼쳐온 그들이 중국 기업인들을 초빙해 기부운동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개인이나 기업들이 다양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만 예로부터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미덕과 겸손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노출되는 것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사회 전반에서 기부와 나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상생 협력은 물론 기업가의 직접적인 기부문화를 권장하고 있고 사회 각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런 목소리를 반영하듯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펼친 '희망 2010 나눔 캠페인'에 모인 기부금은 이달 초 2천242억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 중 기업의 기부가 약 70%에 달하고 개인의 기부는 30% 수준이며 기업과 개인의 현금, 현물 기부 규모가 모두 늘고 있다.
소리 소문 없이 선행을 펼치는 것을 예(禮)로 알았던 선조들의 경우를 잘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많다. 12대를 걸쳐 300여 년 동안 부(富)를 이어온 경주 최부잣집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다. 최부잣집 가훈에는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게 할 것이며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한 해 동안 3천 석의 쌀을 생산하면 1천 석은 집에서 쓰고 1천 석은 나그네에게 베풀며 나머지 1천 석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존경받는 부자로 이름을 날린 데는 이런 아름다운 나눔이 뒷받침됐던 것이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로 알려지게 된 조선 후기의 부자 임상옥도 좋은 예다. 국고(國庫)보다 많은 은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그의 재산이 얼마만큼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난세에 살았던 그는 자신이 거주하던 의주에 홍수가 나고 전염병이 돌 때 곳간의 문을 열었고 죽기 전에는 채무자의 모든 빚을 탕감해 주었으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남들 모르게 하는 조용한 기부, 평생 번 돈을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몰래 놓고 가는 기부는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아름다운 선행이다. 한편 공개된 기부를 통해 명예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확대 조성한다면 더욱 많은 개인과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눔은 행동이고 바이러스다. 나눌수록 커지고 전파력도 상당하다. 앞서 언급한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의 '기부 약속' 운동은 이미 40명의 참가를 이끌어 냈으며 미국 400대 억만장자들의 상당수가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자산가들의 기부금을 합치면 6천억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기금(基金)이 형성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발표한 '2010년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1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사람은 미국이 403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은 107명으로 두 번째를 기록했다. 그들이 중국에서 전파할 기부운동이 나비효과처럼 한국에서는 더 큰 움직임으로 나타나길 기대한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위해서 나눔을 알리는 것은 그 긍정적 전파력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오곡백과가 풍성한 한가위를 보내면서 훈훈한 나눔 이야기도 제법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이 시류에 따른 반짝 스토리가 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훈훈한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김대유 ㈜STX 사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