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검법 '조선세법' 시연에 세계인 감탄" 이은미

입력 2010-09-21 09:12:22

검도인 이은미 씨가 조선시대 무관복인 철릭을 입고 한국 고유 검법인 조선세법을 시연하고 있다.
검도인 이은미 씨가 조선시대 무관복인 철릭을 입고 한국 고유 검법인 조선세법을 시연하고 있다.

"조선세법(朝鮮勢法)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유 검법으로 일본 검도나 중국의 검법과는 확연히 달라요. 조선시대 무관복인 철릭을 입고 펼치는 검법 시연에 세계 무술인들이 감탄했습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150개국 1천900여 명이 참가해 열린 '무술올림픽' 스포츠 어코드 컴뱃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참가해 조선세법을 시연한 검도인 이은미(41·여·검도교실 선해재 관장) 씨는 대회 당시의 시연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로라하는 일본 범사 8단 다섯명이 시연을 보인 후 피날레로 조선세법을 선보였어요. 빨간색 조선시대 무관복인 철릭을 입고 말입니다. 연무를 마치자 다케야스 요시미츠 세계검도연맹 회장을 비롯한 외국 선수들이 처음 보는 아름다운 한복과 색다른 검법동작에 놀라 '뷰티풀'을 연발했어요."

조선시대 무예훈련 교범인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본국검법'보다 앞서는 조선세법은 명나라 모원의(茅元儀)가 쓴 무비지(武備志)에 나온 것을 1980년대 대한검도회에서 연구·복원 중에 있는데 24세(勢) 가운데 12세를 복원했다. 이은미 씨는 이날 시연에서 복원된 12세를 모두 선보였다.

"조선세법은 실전용입니다. 대개의 검도처럼 많은 규칙을 가진 경기용인 것과 크게 달라요. 검(劍) 역시 허리에 차지 않고 끈을 어깨에 묶어 차지요"

3년 전부터 대한검도회 강습회에 참가, 조선세법을 익힌 그녀는 올 3월 국가대표로 선발돼 5월부터 하루 종일 실제 연습과 이미지 트레이닝에 매달렸다. 대회전에는 조선세법을 처음 발굴·연구한 대한검도회 부회장 이종림 범사 8단이 그녀에게 조선세법을 특별지도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무관복인 철릭을 고증해 한복을 만들어 주신 한복장인 박태복 선생님에게도 고마워요. 한복 허리에만 주름 300개나 잡아야 하는 복장인데 한국 전통 검법을 세계에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조선세법에는 일본검도에서 볼 수 없는 동작이 많다고 했다. 일본 거합도는 살벌하고 칼 끝에서 피가 흐르는 느낌이 들지만 조선세법은 동작 하나하나가 부드럽고 여유로움이 있다고 그녀는 말한다.

"앞으로 조선세법 24세 중 복원이 안된 12세가 복원되면 24세 모두를 배워 시연회를 갖는게 꿈 입니다. 또 우리 고유의 검법인 조선세법의 세계화에도 검도인으로써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내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조선세법 시연을 보이고 싶어요."

그녀는 "검도는 예로서 시작하고 예로서 끝난다"며 "검도를 하면 정신집중은 물론 머리도 맑아지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고 했다.

"사실 작년 2월에 18여년 간 저의 검도인생을 이끌어 주신 안동석 스승님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스승님은 항상 검도를 할땐 무(武)와 문(文)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어요."

그녀는 본래 대구가톨릭대 대학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도이다. 하지만 대학원 시절 우연히 접한 검도의 매력에 빠져 20년 동안 검도 한 길을 걷고 있다. 국내 여성 검도인 가운데 최고수인 6단 유단자 5명 중 한명이기도 한 그녀는 한국 사회인 검도대회 여자 개인전 우승을 3차례 하는 등 여러차례 입상했고 대구시 우수 선수상도 2번이나 받았다.

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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