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고속도로가 꽤나 막힐 것 같다. 차 안에서 지루하고 답답할 때 이런 유머를 떠올려 보자.
미국 서부고속도로가 꽉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데 큰 깡통을 든 청년 몇 명이 서 있는 차들의 창문을 두드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지금 앞쪽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정치인 4명을 납치해서 10억 원을 안 내놓으면 4명에게 휘발유를 끼얹겠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니면서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그럼 얼마씩 내면 됩니까? 5만 원이면 될까요?"
"아닙니다. 돈이 아니고 휘발유 1ℓ씩만 보태십시오."
정치인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가 무척 힘들고, 웬만큼 해서는 호의적인 민심을 얻어내기가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블랙유머다.
우리 정치인들은 어떤가. 다른 나라 정치인들과 달리 좀 유별나게 싸운다. 맞닥뜨리기만 하면 무슨 의제를 내걸던 일단 싸우고 본다. 서로 웃으며 한마음이 되는 건 세비(歲費) 올릴 때나 기초의회 안 없애기 같은 거 할 때만 짝꿍이 된다. 그런 이기적 짝꿍의 모습은 민심의 눈에는 밉상으로 보이게 된다. 그걸 만회하려면 민심 속에 다가가 친근한 감정을 끌어낼 수 있는 이미지 업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유머 감각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다. 냉정해 보이고 이지적인 이미지가 강해 '얼음 공주'니 '수첩 공주' 같은 별명이 붙어 다녔던 박근혜 의원이 지난주 '썰렁 유머'로 공주 이미지를 깼다는 보도가 있었다. 박 의원이 꺼낸 '출껴?'('한곡 추시겠습니까'란 충청도 말씨) 유머나, 경상도 사투리를 빗댄 '왓 데이 버스데이' 유머도 실은 옛날 버전이다. 그래도 좌중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고 했다.
정치인 중 가장 유머가 뛰어났다던 윈스턴 처칠은 '썰렁 유머'뿐 아니라 주로 임기응변식 유머로 국민의 사랑을 얻어냈다. 70대 후반 총리 직을 은퇴할 무렵 바지 지퍼가 내려온 줄 모른 채 연회장으로 걸어 나왔을 때의 일화다.
반대당파 여성의원이 "총리님, 남대문이 열렸네요"라고 핀잔을 주자 처칠이 맞받았다. "부인,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은 새는 새장 문을 열어놔도 밖으로 날아가지 않습니다."
정력이 한창인 나이 때는 반대되는 유머를 남겼다. 어느 날 의회 안에서 '규모가 큰 기업은 국유화시켜야 한다'는 논란으로 여'야 간에 싸우고 난 뒤 휴식시간이 돼 의원들이 화장실에 몰려왔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큰 기업을 국유화시켜야 된다고 주장해온 반대당 당수 옆에 자리가 비었다. 마침 처칠이 줄 선 차례가 됐는데도 빈자리에 가질 않고 서 있었다.
"처칠 의원, 왜 내 옆자리가 비었는데 안 오고 거기 서 있소, 내가 싫소?" "아닙니다. 겁이 나서 안 갑니다." "뭐가 겁나요?" "의원님은 뭣이든 큰 것만 보면 모두 국유화시키려고 하시니까 제걸 보시고 국유화시켜 버릴까 봐서요…." 상대 당수를 한방 먹이면서 자신의 심벌이 크다는 걸 은연중 과시한 유머다.
미국의 정치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워싱턴의 밤늦은 골목길, 갑자기 마스크를 쓴 괴한이 행인의 앞길을 막고 총을 갖다 댔다. "가진 돈 전부 내놔!" 돈 좀 있어 보이는 행인이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래? 나 국회의원이야." 강도가 히죽 웃으며 "그래? 그럼 내 돈 내놔!" 내가 내준 세금이 아깝다는 풍자다.
정치 유머의 소재와 풍자의 깊이는 넓고 깊을수록 정치도 통 크게 발전한다. 추석 연휴, 우리 국회의원, 정치인들도 고향 찾아 지방을 내려갈 것이다. 어떤 유머를 갖고 가는지, 어떤 풍자를 듣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려울 때일수록 박근혜의 썰렁 유머든 처칠식 블랙유머든 유쾌한 유머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게 좋다.
즐거운 한가위, 웃으며 보내시길….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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