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에 전자책 한 권씩… "거리의 독서혁명"

입력 2010-09-17 09:54:29

간편·저렴 장점…한 달 1만건 앱 다운로드

15일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 계명대역에서 한 여대생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이용, 전자책을 읽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5일 오후 대구지하철 2호선 계명대역에서 한 여대생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이용, 전자책을 읽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직장인 황대관(30)씨는 출근길인 지하철 1호선 신천역에서 2호선 계명대역까지 독서로 일과를 시작한다.

요즘 황씨가 읽고 있는 책은 이외수의 '하악하악'. 황씨의 손에는 종이책이 없다. 스마트폰 하나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황씨는 "조그만 창에 집중해 독서를 하다 보니 목도 아프고 눈도 쉽게 피로해지지만 출·퇴근길 30~40분 가량 보는 것은 참을 만하다"며 "실제 책을 들고 침을 묻혀가며 페이지를 넘기는 재미는 없지만 휴대가 간편하고 책보다 가격이 싸 스마트폰 독서를 한다"고 했다.

◆책,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다

전자책(e-book)이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전자책이 일상화하기까지 일등공신은 단연 스마트폰. 종이책 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돈으로 책을 어디서든 다운로드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전자책을 구입해 보기까지 1분이면 넉넉한 데다 종이책처럼 휴대 불편도 없다는 것이 장점. 4인치 가량의 작은 화면을 통한 독서지만 전공서적을 제외하고는 큰 불편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실제 스마트폰은 전자책 시장의 급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교보문고는 올 상반기 전자책 콘텐츠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80.5% 신장했다고 밝혔다. 갤럭시S 기종에 기본적으로 깔린 'e-book'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운로드된 도서만 한 달 평균 1만건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역시 전자책 열풍이 거세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아마존(온라인 도서사이트)의 전자책 인기가 크게 높아져 올 4월에서 6월까지 종이책 판매부수를 100권으로 봤을 때 전자책은 143권이나 다운로드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전자책 전용단말기도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의 단점으로 작은 화면을 꼽는다. 이에 비해 전자책 전용단말기는 9인치 정도 화면에 글자 크기도 조절할 수 있어 종이책 독자들에게도 무리가 없다. 전자책 전용 단말기는 e-잉크 디스플레이를 활용, 종이책 환경을 그대로 재연한다. 더구나 1회 충전으로 3, 4일 사용할 수 있고, 페이지별 메모 삽입 기능까지 추가해 인기가 높다. PC에 연결해 다운로드해야 했던 유일한(?) 불편도 사라지고 있다. Wi-Fi 기능이 개발돼 단말기만으로 종이책을 바로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Wi-Fi 지원으로 신문구독까지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전자책 전용단말기 시장 또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의 전자책 전용단말기 최신 모델이 출시되자마자 품절됐고, 삼성전자와 아이리버 등 국내 대기업까지 단말기 시장에 속속 가세해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전자책 시장에 대한 우려와 기대

전자책은 출판계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기대감은 국내 중견작가들의 전자책 출시로 이어지고 있다. 박범신의 '은교'가 종이책과 전자책으로 동시 출간됐고 김진명, 김별아 등 유명 작가들의 전자책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국내 출판업계에서는 여전히 과도기라고 보고 있다. 전자책이 신간 위주로 한정돼 있고, 지명도가 낮은 책이 마구잡이로 전자책 시장에 쏟아질 수 있다는 것. 종이책 독자가 전자책으로 미디어를 갈아탈 뿐 새로운 수요 창출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양서의 멸종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출판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은 20∼30대 독자 중심의 흥미와 재미 위주로 형성돼 전자책 업체들이 교양· 정보 서적을 외면할 수 있도 있다는 것이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