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벙덤벙 김여사의 초보운전 탈출기] ⑪ 시동꺼짐

입력 2010-09-16 14:02:25

"솥뚜껑이나 운전하지 왜 차 몰고 나와서 xx이야."

주부 김수정(38) 씨는 지난 주말 추석 선물을 사기 위해 차를 몰고 나왔다가 백주대로에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심한 욕세례를 받고 심한 충격으로 우울증까지 걸렸다. 상황은 이랬다. 대구 범어네거리에서 시내 방향으로 진행하던 중 갑자기 시동이 꺼져버렸다. 다급해진 김 씨는 몇 차례 시동을 다시 걸어봤지만 '겔겔' 소리만 낼 뿐 애마(?)는 움직일 기미가 없었다. 몇 차례의 시도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휴대폰으로 남편에게 연락해 열심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견인차를 부르라"는 퉁명스런 남편의 대답이 언짢았지만 견인차를 부르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20분쯤 걸린다는 말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잠시 귀를 기울였다. 창밖으로 높아진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초가을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러나 이도 잠시 갑자기 뒤쪽에서 빵빵거리는 경적 소리와 함께 온갖 욕설들이 쏟아져 왔다. 김 씨가 차량 안에서 여유를 부리는 사이 범어네거리 일대는 난장판이 되어버린 상황이었다. 도끼눈을 뜨고 삿대질을 해대며 항의하는 운전자가 있는가 하면 심한 욕설을 내뱉는 사람도 있었다.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됐지만 겁이 나서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기도하는 자세로 차 안에서 끝까지 버티던 김 씨. 그러나 운전석까지 직접 와서 창문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운전자들의 성화에 결국 차량 밖으로 나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김 씨는 대구에서 가장 통행량이 많은 도로에서 지나치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이며 교통흐름을 방해하고 여유까지 부린 죄값을 톡톡히 치러야만 했다.

주행 중 시동 꺼짐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특히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재빨리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연쇄 추돌 사고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시동 꺼짐의 원인은 다양하다. 연료나 전자'엔진 계통에 결함이 있을 때 발생한다. 또 오염된 연료나 알 수 없는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시동이 꺼지면 엔진 힘으로 움직이는 유압이 사라지고 유압을 사용하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이 뻑뻑해지면서 조작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평소보다 더 세게 조작하면서 지체하지 말고 주행차로를 벗어나야 한다.

일단 비상등을 켜되 다시 시동을 걸려고 해서도 안 된다. 주의를 분산시켜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시동이 꺼지면 운전대가 매우 뻑뻑해진다. 운전대를 평소보다 훨씬 더 세게 돌려 갓길이나 안전한 장소를 향해 차량을 이동시킨다. 배터리가 양호할 때는 기어를 1단 또는 2단으로 하고 클러치 페달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시동모터를 회전시키면서 차량을 교차로 밖으로 이동한다. 이때 10㎝ 정도는 움직일 수 있다

최창영 애경카 클리닉 대표는 "브레이크는 한두 번은 평상시처럼 작동하며 그 뒤에는 매우 세게 밟아야 겨우 제동력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브레이크를 미리 밟지 말고 차량을 갓길 등으로 이동한 뒤 최종적으로 정지할 때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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