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대구EXCO에서 열린 '2010 지역발전주간' 행사를 위해 대구경북을 찾았다. 이 대통령의 고향 방문은 올 들어서만 두 번째고, 취임 이후 여섯 번째다. 고향에서는 늘 이 대통령을 환영했고, 그 화답에서인지 대통령도 매번 선물보따리를 풀었다. 올 연말 지정이 확실한 대구R&D특구나 국가산단 같은 선물을 들고 온 것.
이 때문에 이날 이 대통령의 지역 방문에 거는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기대감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통령의 방문에 앞선 14일 '대구는 뭘 요구할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역발전주간 행사는 전국 16개 시·도가 공동 주최하는 성격의 행사여서 지엽적인 건의나 요청을 부각할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시와 도는 동남권 신공항,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첨단의료복합단지, 원자력벨트 등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이끌 요구안을 준비했다. 틈만 나면 건의하겠다는 의도였다.
김 시장은 이날 대구EXCO에서의 행사와 오찬 이후 버스를 이용, 대구스타디움을 직접 찾은 이 대통령을 수행했다. 이동하는 20분가량의 적절한 타이밍이 생긴 것. 행사 직후 김 시장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는 "대구의 현안을 대통령께 모두 말씀드렸다.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확답은 물론 지역이 원하는 성과는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행사의 성격이나 스케줄 상 대구의 현안을 놓고 구체적인 대화가 오가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동대구역에서 행사장인 대구EXCO까지 10여분 동안 이 대통령과 동승했던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원자력 과학산업벨트의 동해안 입지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고 대통령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물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을 받아내기엔 턱없이 시간이 부족했다는 게 경북도 관계자의 얘기다.
지식경제부 주관으로 열린 지역발전주간 행사도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열린 첫 행사치고는 유치지역이 거둔 성과는 거의 없었다. 대구가 다른 시도의 '질투'를 무릅쓰고 유치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시 고위공무원은 "당초 이 행사를 서울에서 벗어나 지방에서 처음 열겠다고 했을 때 광주와 대전이 적극 나섰는데 막바지에 대구로 결정됐다. 다른 지역에서 위화감만 조성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행사 진행도 지경부와 청와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으로 대통령과의 오찬 참석자가 행사 직전에 바뀌는 등 행사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도 지적 대상이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대구경북을 많이 찾고,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지역으로서는 좋은 일이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점도 상존한다"며 "이번 행사처럼 '성과'보다 '실'이 많은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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