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역대 최다 관중인 600만 명 동원에 도전한 올해도 어김없이 포스트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수많은 스타와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많은 이의 애환을 달래준 프로야구는 이제 서른 돌을 앞둔 시점에서 가장 사랑받는 국민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한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의 전승 금메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으로 국위 선양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 시절엔 메이저리거 박찬호가 미국에서 승전보를 전해오면서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기도 하였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우리와 행복한 만남을 이루고 헤어졌는데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이별을 선언한 이들이 있다. 국제 대회에선 일본 킬러로서,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한 '대성불패'의 구대성 선수, '위풍당당' '양신'으로 추앙받는 양준혁이 그 주인공들이다.
특히,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양준혁 선수와 프로야구 팬들과의 만남은 그가 대학 졸업 후 당시 쌍방울 레이더스의 백지수표 제의를 마다하고 군복무를 마친 후 연고팀인 삼성 라이온즈 입단으로 시작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후 선수협 파동을 겪으면서 해태 타이거스와 LG 트윈스를 거쳐 다시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 두 번의 한국시리즈 제패를 비롯해 18년간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이제 헤어짐의 기로에 선 것이다.
데뷔 첫 해에 그는 전인미답의 신인왕과 타격왕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었고 이후 최다경기 출장, 타점, 안타, 홈런, 장타, 볼넷, 고의사구, 최다루타, 최다타석, 올스타전 최고령 홈런 등 그가 걸어온 길은 죄다 역사이고 전설로 기록되고 있다.
짧은 그라운드볼에도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그의 모습은 진정한 프로정신이 무엇인가를 웅변해 주었으며 마흔둘인 아직까지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에도 미국프로야구의 철인으로 불리는 칼 립켄 주니어가 그랬던 것처럼. "후배(동료)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말하며 정상의 자리에서 스스로 전설의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산 것은 반드시 죽고,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말처럼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각종 기록의 정지와 함께 팬들과 선수로서의 아름다운 만남을 끝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도자 연수를 거쳐 그라운드에 다시 복귀하는 새로운 인연을 기다려 본다.
중국 춘추시대 월(越)나라에는 범려와 문종이라는 두 재상이 왕인 구천을 보좌하여 오(吳)나라를 물리치고 구천이 춘추오패(春秋五覇)에 설 수 있도록 큰 공을 세웠다. 최고의 지위에 선 범려는 오히려 미련 없이 물러나면서 문종에게 재상을 그만두기를 권하는 편지를 다음과 같이 보냈다고 한다.
'옛 말에 새를 잡고 나면 활을 버리고,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를 삶는다 했습니다. 왕은 고생을 함께할 수 있으나 부귀와 영화를 같이 나눌 수 없는 사람입니다. 부디 벼슬을 버리고 목숨을 부지하십시오.'
하지만 때를 놓친 문종은 무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구천으로부터 받은 검으로 자결을 하게 되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
무슨 일이든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한 때를 알고 처신하는 사람은 현명하다. 헛된 공명심과 욕심은 부질없는 짓이다. 아름다운 꽃도 때가 되면 시들고 지게 마련인 것이 자연의 순리다. 떠날 줄 알아야 욕됨을 피할 수 있는 법이다.
근자에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만남도 가지지 못한 채, 외교통상부의 수장 또한 삐뚤어진 자식 사랑으로 평생 쌓아온 명성에 오점을 남기면서 떠나야만 했다. 채근담(菜根譚)에는 권력과 명예, 사치와 부를 곁에 두지 않는 사람은 청렴하나 그것을 가까이 두고도 이에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청렴하며, 권모술수를 모르는 사람도 고상하지만 그것을 알고도 쓰지 않는 사람은 더욱 고상하다고 했다.
우리가 만나게 될 사회의 리더들이 국민들에게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아닌 희망의 좌표가 되어주는 삶을 보여주고 헤어질 수 있기를 한가위 둥근 달에 빌어본다.
나채재(FTV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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