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안함 보고서가 담지 못한 천안함의 교훈

입력 2010-09-14 10:41:15

천안함 민관합동조사단이 13일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조사 결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북한제 음향유도어뢰에 의한 침몰"이라는 합조단의 중간 발표를 재확인했다.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진행한 모의실험 결과를 보완하고 각종 증거물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조사에 참여한 스웨덴 전문가들은 "좌초로 인한 침몰은 일어날 수 없고 사건이 일어난 해역의 여건상 기뢰에 의한 공격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야당 등 일각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을 근거로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좌초설' 등 기존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 또한 심각하다. 중간 발표 무렵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부 발표를 믿는다"는 응답이 70%를 넘었다. 그러나 7월에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정부의 천안함 발표를 믿지 않거나 반신반의한다"는 응답이 외려 70%에 가까울 정도로 반전됐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해 납득하는 국민이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최종 조사 결과를 놓고 정부가 "진실을 믿으라"고 국민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믿든 믿지 않든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영국'호주'스웨덴 등 국제 전문가가 참여한 합조단이 각종 데이터와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내린 결론을 불신함으로써 불러올 혼란 또한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이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그 채무의 대상에는 정부든 야당이든 국민이든 그 누구도 예외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믿을 이유도 없고 믿기지 않더라도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게 되어 있다. 다만 천안함 침몰이라는 실체적 진실과는 상관없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국론이 좌지우지되고 혼란을 부르는 일은 피해야 한다. 그게 천안함 사건을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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