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조 여성그룹 '포미닛' 멤버 전지윤의 가발 쓴 모습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포미닛 동료인 김현아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전지윤의 사진을 올린 것이 발단이 됐다. 긴 갈색 웨이브 가발을 쓴 전지윤의 모습에 팬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전지윤이 줄곧 짧은 커트 머리를 고수해 왔기 때문에 긴 머리 사진이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온 것. 사진을 본 팬들은 "뭘 해도 예쁘다" "긴 머리도 잘 어울린다" 등의 찬사를 보내고 있다.
가발이 진화하고 있다.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전유물에서 개성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가발의 패션화 바람은 한창 멋을 추구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중년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도 패션가발을 찾고 있다.
◆10여 년 전부터 대중화 시대 열려
패션가발은 패션 목적으로 착용하는 가발을 지칭하는 용어다. 탈모자용 맞춤가발과 달리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패션가발 시대가 열린 것은 10여 년 전이다. 이전까지는 일부 연예인 또는 공연예술인들이 패션가발을 착용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그러다 자기 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여성들이 가발의 패션 기능에 주목하면서 패션가발 붐이 일었다.
특히 연예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나르샤는 패션가발로 다양한 이미지를 선보이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최근 패션 론칭 행사장에 모던한 분위기로 모습을 드러냈던 배우 이시영은 MBC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 제작발표회에 웨이브 가발을 쓰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배우 박시연은 패션가발 화보를 촬영하기도 했다.
패션가발은 종류가 다양하다. 크기에 따라 통(전체)과 부분, 재질에 따라 인모(人毛)와 인조모, 길이에 따라 쇼트와 롱, 모양에 따라 직모와 웨이브 가발 등으로 나뉜다. 웨이브는 다시 정도에 따라 굵은 웨이브, 가는 웨이브 등으로 구분된다.
다양한 종류만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재질·크기·공정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인조모로 만든 5천원짜리 부분가발부터 인모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수백만원짜리 전체가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인조모를 이용한 패션가발은 대부분 중국 등에서 수입한 것이다.
패션가발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판매업체도 성업 중이다. 특히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돼 있다. 포털사이트에 '패션가발'이라는 검색어만 입력하면 패션가발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명단이 수십 개 올라온다.
◆이미지 변신의 필수 아이템
패션가발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있는 대구시 중구 교동시장. 3.3㎡(1평) 남짓한 한 가게에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패션가발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검은색·갈색 가발뿐 아니라 빨강·노랑·파랑 등 마니아가 아니면 사기 힘든 색상의 가발도 잔뜩 걸려 있었다. '원색의 가발을 구입하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어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간혹 구입하는 사람이 있지만 주 고객층은 코스프레 또는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들이다. 일반인들은 무난한 색상의 가발을 많이 산다"고 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20대 여성들이다. 패션가발을 구입하는 주 목적은 이미지 변화를 주기 위한 것. 수많은 가발 가운데 인조모로 만든 3만~5만원짜리가 가장 많이 나간다고 한다. 모자를 눌러 쓰고 가게를 찾은 한 20대 여성 고객은 "짧은 머리나 생머리가 지겨울 때가 있다. 미용실에 가지 않고 헤어스타일을 바꿀 수 있어 패션가발을 애용하고 있다. 오늘은 웨이브나 파마가 들어간 패션 가발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헤어스타일은 변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이미지 변신에 있어 헤어스타일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하지만 헤어스타일은 옷을 갈아입듯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용이 만만찮을 뿐 아니라 스타일을 바꾸고 나서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센스 있는 여성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 패션가발이다.
3년 동안 중국 활동에 전념했던 가수 간미연도 최근 국내 무대에 복귀하면서 짧은 머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녀의 짧은 머리는 컴백 소식 못지않게 이슈가 됐다. '베이비복스' 시절부터 심벌처럼 따라다니던 긴 머리를 포기했기 때문. '왜 머리를 잘랐을까' 하는 팬들의 궁금증이 증폭되자 간미연은 "사실은 가발이다. 변화를 주기 위해 미용실에 갔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얇아서 자르면 예쁘지 않다고 해서 패션가발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지난 4월 입대한 김우진(22) 씨는 첫 휴가를 나와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이 패션가발이었다. 입대 전 늘 긴 머리를 하고 다녔던 김 씨가 어색한 짧은 머리를 감추기 위한 패션 소품으로 가발을 선택한 것. 김 씨는 "얼굴이 갸름해 웨이브가 자연스럽게 들어간 보헤미안 가발을 구입했다. 짧은 머리를 상상했던 친구들이 내 모습을 보고 모두 놀랐다. 가발은 처음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고 주위 반응도 좋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패션가발을 애용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꽃남 열풍이 불면서 군인뿐 아니라 일반 남성들도 패션가발을 많이 찾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남성용 패션가발도 여성용 못지않게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여성 패션가발 판매에 주력했던 가게들도 남성 고객 유치에 적극적이다. 패션가발을 판매하는 곳에 가면 '남자 패션가발 판매'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교동시장에서 패션가발을 판매하는 가게 주인은 "외모를 가꾸는 남자들이 늘어난 만큼 패션가발을 찾는 남자들의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엣지 있는 중년 분위기 연출에도 굿
여성 정장을 판매하는 대구백화점 3층. 이곳에는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매장이 자리 잡고 있다. 백화점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장은 바로 여성 패션가발 전문업체인 '씨크릿 우먼'. 최근 높아진 패션가발의 인기를 대변해 주듯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 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씨크릿 우먼은 서울·부산·인천·대전·광주·포항 등 전국의 유명 백화점에 매장을 두고 있다. 대구에도 대구백화점과 대백프라자에 매장이 있다. 씨크릿 우먼에서 판매하는 가발은 인모로 만들어 가격이 비싼 편이다. 부분가발의 경우 싼 게 27만8천원이고 비싼 건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통가발은 최소 80만원 한다.
그래도 품질이 좋다 보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주 고객은 30~50대 주부들이다. 강희주 씨크릿 우먼 대구백화점 매니저는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상당수가 제품을 사용한 사람의 소개를 받고 온 사람들일 정도로 중년 여성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보다 젊게 보이려는 것은 여성들의 영원한 욕망이다. 숱이 적은 머리에 볼륨감을 주거나 희끗희끗 나온 흰머리를 감추기 위해 패션가발을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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