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육상이야기] 마라톤과 언덕

입력 2010-09-10 09:17:09

결승점-출발지 고도 차이 42m 이내로

마라톤선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페이스로 완주할 수 없다. 특히 언덕이 많은 코스에서는 페이스의 변화가 현저하게 나타난다. 평탄한 코스일수록 빠른 스피드를 발휘, 우수한 기록이 수립된다. 세계최고기록 10개 중 6개가 탄생한 로테르담마라톤대회는 1981년부터 시작된 대회로, 최고 표고차가 20m도 되지 않으며 언덕이 거의 없는 평탄한 순환코스를 자랑한다. 나머지 세계기록 4개가 나온 베를린대회와 런던대회도 대표적인 평탄코스이다.

언덕코스는 레이스를 어렵게 하지만 치열한 승부처가 되면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한다. 대표적으로 힘든 코스인 보스턴대회의 마지막 부분에는 하트브레이크 힐(Heartbreak Hill)로 불리는 언덕이 있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가 속도를 내 일본의 모리시타를 따돌리며 승부를 결정지은 곳도 몬주익 언덕이다.

에너지소비량은 내리막보다 오르막에서 더욱 높게 나타나는데, 산소 섭취량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내리막에선 최대 산소 섭취량의 70~76%, 오르막에선 82~88% 수준을 보인다. 오르막에선 심박수도 더욱 높게 나타난다. 내리막에서는 힘을 적게 소비하며 달릴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친 내리막에 의한 기록 향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출발지와 결승점이 다른 경우 결승점 고도가 출발지 고도보다 42m 이상 낮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언덕이 많은 코스를 달릴 때는 내리막과 오르막 때문에 전체적으로 평지보다 많은 에너지소비량이 요구되며 기록도 저하된다. 언덕이 많고 기복이 심한 코스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는 반면, 평지에서는 강하지만 언덕이 많은 코스에서 쉽게 지치는 선수가 있다.

오르막과 내리막은 동원되는 근육의 차이를 나타내는데, 언덕을 오를 때는 대퇴근육에 더욱 큰 자극이 주어진다. 언덕에 대비하여 특수한 훈련프로그램의 필요성이 강조되는데,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에 대한 별도의 분리된 훈련은 경기상황에서 분리되어 나타나는 환경조건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방법이 되지 못한다. 오르막은 내리막보다 높은 에너지 소비량이 요구되기 때문에 과도한 오르막 페이스는 극도의 피로현상을 가져 올 수 있다. 언덕에 대한 내성훈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며, 내성훈련의 초기과정에서는 파트렉 훈련, 언덕 잔디밭을 이용한 피칭 훈련, 오르막 도로훈련 등을 실시한다. 내리막에서는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하면서 자신의 페이스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낸다. 그러나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신전성 근 수축의 높은 자극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에 대비한 근육의 적응능력이 요구된다. 내리막에서는 장딴지부분의 가자미근과 비복근이 많이 이용되며 오르막과 비교 시 순환기능보다 하지 근육기능에 대한 자극이 상대적으로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내리막에서의 페이스, 보폭, 주법 등을 고려한 하지 강화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내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변형된 순환코스는 41~78m 범위의 고도를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고 고도는 수성못 삼거리 부근(78.1m), 최저 고도는 중구청 앞(41.3m)으로, 수성못 입구의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거의 평탄한 코스여서 이론상으론 빠르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대구의 높은 기온과 습도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코스가 될 것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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