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엄연히 다른 말임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틀리고 한단다. "저희 식당의 음식은, 국물 맛부터 틀립니다!"라고 요란스럽게 내건 광고는 겸손이 지나친 자기 비하인지, 아예 '잘못된 혹은 옳지 않다'라는 적나라한 고백인지 헷갈리게 한다.
'같다'와 '맞다'라는 말은 구분하면서, 그 반대말인 '다르다'와 '틀리다'는 곧잘 뒤죽박죽을 만들어 놓고서, 천연덕스럽게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기 일쑤다. 애당초 나와 다른 것은 무엇이든지 틀려먹었다는 외고집이나, 혹시라도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가능성마저 지레 눈감아버린 외눈박이들의 서글픈 뒷그림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랜 토리노'(Gran Torino, 2008)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다. 단순히 그가 감독과 제작에다 주연배우를 겸하고, 각본과 음악 작업까지 함께 하였다는 의미만은 물론 아니다. 지난날의 미국적인 가치와 건강함을 사랑하는 마초(macho) 보수주의자이자 온 미국인들의 긍지와 존경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할리우드의 어른인 그의 목소리가 나지막하나 여전히 쩌렁쩌렁 담겨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할멈의 장례식에서 시작해 주인공인 영감님의 장례식으로 마무리된다. 도대체 틀려먹은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외골수로 닫아걸었던 마음의 문을 생면부지의 낯선 이웃들에게 힘겹게 열어가면서, 이윽고 그들을 구하기 위하여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가슴에다 철판을 깔아 가면서까지 죽지 않는 불사신이었던 이스트우드가, 여전히 시대착오적인 혹은 세상을 비껴가던 '황야의 무법자'인 그가, 저토록 평온한 미소 속에서 최후를 맞이하다니!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근사한 퇴장!", "미리 써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유서를 보았다"라는 평론가들의 탄성과 탄식을 받을 만큼 그의 최후는 장엄하도록 아름다웠다.
어릴 적부터 스크린 너머로만 보아오던 완강하고도 고독한 영웅의 냉소가 가슴 먹먹하도록 넉넉한 미소로 다가오는 벅찬 순간이다. "목숨을 걸면 무엇이고/무섭고 아름답겠지/나도 목숨 건 사랑의/연한 피부를 쓰다듬고 싶다"(마종기의 '성년의 비밀' 중에서) 비루하게 살아가는 범부가 위대하게 죽어간 영웅에게 바치는 뒤늦은 헌시이다.
"나와 다르다"고 곧장 "너는 틀렸다"고 우기는 건 폭력이다. 혼자만의 생각으로 지레 불행하고 불쌍하다고 치부하거나, 나아가 올바르게 고쳐주겠노라고 마구 설레발까지 치는 것은 더 무서운 폭력이다. 이상야릇한 나라에서 흘러온 무지하고도 불쌍한 족속들을 구원해 주겠노라는 어쭙잖은 영웅주의 모험담은 최소한 아니었기에 우선 불편하지 않았다.
완고하게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준 어린 친구이자, 무한한 가능성을 간직한 어린 소년의 미래를 위한 우정과 애정으로 바쳐진 희생이기에 이윽고 눈시울이 더워졌다. 한때 모든 이들에게 열려진 자유와 평등의 신세계였던, 위대한 조국의 너그러움과 건강함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고자 목맨 그는, 제대로 된 마초이다. 브라보!
송광익 늘푸른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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