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곤증이 밀려들어 나른한 오후 시간, '삐릭 삐릭'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예술소비운동본부에서 창작 뮤지컬 '마음을 여는 비밀번호 1224', 단체관람에 초대합니다." 순간 졸음이 확 달아났다. 좋아하는 뮤지컬을 본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했다. '1224'가 뜻하는 게 뭘까? 12월 24일이 결혼기념일인 나로서는'1224'에 느낌이 확 꽂혀버렸다.
설레는 마음을 다독여주는 빗줄기와 함께 동구체육문화회관으로 내달렸다. 아이디어 넘치는 무대와 블랙박스 극장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무대장치, 조명에서부터 놀랐고 지역 최상의 제작연출팀이 제작한 창작 뮤지컬이라는 기대감은 나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잠시 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추억들을 재치있게 펼치는 20대 여성 이야기에 코믹과 진지함이 신선하게 풀어져 나왔다. 12월 24일생인 여고 동창 지미·미미·상미는 우정과 사랑, 꿈을 찾아 떠나는 행복한 하늘 여행을 통해 그동안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에 대해 돌아보고 있었다. 성공과 사랑에 대한 로망을 둘러싼 일상을 세련된 음악과 재치있는 유머, 생생한 대사들로 풀어낸 매력 넘치는 내 친구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였다. 다른 어떤 공연보다 가식없이 웃었고 '그녀들의 이야기'가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을 보았다. 장면 장면에 눈을 뗄 수 없이 웃고 즐기다 보니 가슴 속 바위덩어리 같은 응어리가 쑤욱 내려가는 듯 했다.
대구예총의 예술소비운동은 그동안 문화예술 공연과 전시와의 만남을 잊고 살았던 나에겐 청량제이자 창작에의 열의를 북돋워주는 영양제와도 같은 존재가 됐다. 예술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사실을 아무도 부정하진 않지만 그 중요성 만큼 소비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 귀찮다는 핑계, 경제적인 문제 등 온갖 것들이 발목을 잡지만 우리가 누리는 편안한 삶은 예술가들의 혼과 작품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예술가와 작품이 있었기에 우린 예술적 상상을 꿈꾸고, 내일을 비추는 빛을 열고 있지 않은가. 현대인 모두가 지난 시대 예술가들에게 빚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빚을 갚으려는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예술엔 국경이 없고 예술품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예술품에는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오롯이 담겨 있다. 오늘의 예술소비가 더 밝은 내일을 약속한다.
먼 길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예술의 길 위에 쉬었다가면 더 새로운 힘이 생길지도 모른다.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위해 예술의 길 위에 서 봄이 어떨까. 이를 통해 오직 나만의 행복할 수 있는 마음자리를 가져도 보자.
서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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