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만에 만들어지는 에비앙생수 세계화 성공비결은
오슈 평원의 습지와 농토를 통해 지하로 스며든 물이 22년쯤 지나면 레만호 가까이에 있는 에비앙 생수 수원지에서 솟아난다. 에비앙 생수의 나이는 그래서 스물두 살이다. 더 깊은 수맥을 타고 내려간 지하수는 30여 년의 지하 여행 끝에 레만호 속으로 들어간다.
◆수원지는 4개뿐=에비앙 생수는 에비앙시에 있는 수원지 2개와 인근 시에 있는 수원지 2개 등 4개다. 그 4개의 수원지에서 하루 1천350만ℓ의 생수를 생산해 130개국에 내다 판다. 지난해엔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해 평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하루 600만ℓ밖에 생산하지 않았다 한다.
에비앙시에 생수공장은 에비앙공장 1개뿐이다. 시민들은 레만호의 물을 정수해 마신다. 결국 에비앙시 지하수는 생수를 만들어 파는 데 사용하는 것이 전부다. 세계 제1의 생수 브랜드가 있는 곳이라면 생수 공장, 맥주 공장이 여러 개 있어야 할 듯한데 그들의 수자원을 지키려는 절제심이 놀랍다.
4개의 수원지 가운데 하나인 에비앙시 힐튼호텔 인근에 있는 수원지가 까샤(Sovrce Cachat)다. 1789년 지병이 있던 꽁뜨 드 레세 공작이 그곳의 물을 마시니 소화가 잘되고 몸이 가벼워졌다. 신기하게 여긴 그는 의사인 띠소에게 물 분석을 의뢰했다. 물 속에는 미네랄이 적당해 마시기 부드럽다는 결과가 나왔다. 입 소문이 난 에비앙물은 1826년부터 병에 넣어 약국에서 팔았다. 코카콜라가 당초 소화제 약품으로 팔리다가 음료수로 인기를 끈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동네우물도 4개뿐=까샤수원지 가까이에 동네우물이 하나 있다. 에비앙 시민들이 에비앙 생수를 공짜로 길어 마시는 동네우물이다. 그런데 그 동네우물에 아무런 장식도 없이 수도꼭지 하나 덜렁 달린 것이 고작이다. 그런 동네우물도 에비앙시에 2개, 인근시에 2개뿐이다. 수원지 1개당 동네우물 1개소다. 1892년 다농사가 생수를 개발하면서 에비앙시와 계약을 체결해 수원지 1개당 동네우물 1개씩을 만들어 주민에게 무료 공급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그 계약은 2027년까지 유지된다고 한다.
에비앙시 전체에 동네우물이 2개뿐이면 주민들이 불편할 법도 한데 그들은 불만이 없다. 계약은 어디까지나 계약이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들은 사먹는 생수를 공짜로 길어 마실 수 있는 것을 혜택으로 여기고 있다. 대구동네우물되살리기팀이 취재하는 가운데 많은 시민들이 그 동네우물을 찾았다.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빈 물병을 가져와 물을 긷기도 하고, 쇼핑백에 물병을 넣어와 물을 담아가기도 했다. 미쉘 씨는 "수돗물은 화학 처리가 된 물이고 이 물은 자연적인 물이어서 항상 시원하고 똑같은 온도를 유지한다"며 "물을 길으러 오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라고 했다.
◆에비앙 생수의 막강한 홍보력=에비앙 생수의 홍보력은 유럽에서 정평이 나 있다. 오늘날 에비앙 생수가 세계 제1의 생수가 된 데에는 다농사의 적극적인 홍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대구동네우물되살리기팀에 대한 다농사의 홍보 태도도 평가할 만했다. 대외협력담당인 미모의 소피 두으니에 드라마흐 씨는 이틀간 우리 일행을 아주 친절하게 안내했다. 당초 예정에 없었으나 공장 내부까지 공개했다. 1965년 확장한 세계 최대의 생수 공장 입구에 태극기를 걸어 우리를 환영했다.
에비앙 공장은 물 박물관이었다. 에비앙 생수의 역사에서부터 성인은 하루 2.5ℓ의 수분을 섭취해야 하는데 1ℓ는 음식으로 섭취하므로 1.5ℓ의 물을 마셔야 한다는 등 물에 대한 상식도 잘 정리해 줬다.
에비앙 생수는 상품화 이전에 350만 명의 어린이를 상대로 연구한 결과 건강에 좋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에비앙 생수는 살균 등 어떠한 인위적 처리를 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물을 병에 담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에비앙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이유를 묻자 그들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성 ▷마시기 편한 물 ▷호수와 산으로 이뤄진 에비앙시의 자연환경 등 3개를 들었다. 역사성과 자연환경은 일종의 이미지이므로 결국 마시기 편한 물이란 홍보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얘기다.
◆에비앙 생수는 좋은 물?=에비앙 생수는 세계 1위의 브랜드가 될 정도로 정말 좋은 물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좋은 물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에비앙 생수 1ℓ에 녹아 있는 총미네랄 양은 309㎎ 안팎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만 따지는 칼슘(Ca)과 마그네슘(Mg) 양을 기준으로 한 경도도 130 안팎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시판되는 몇몇 생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미네랄이 풍부한 헤파르(Hepar)는 Ca이 549㎎, Mg이 119㎎, 나트륨(Na)이 142㎎ 등으로 에비앙 미네랄 양보다 월등히 많다. 물맛도 단맛이 나는 헤파르를 마시다가 에비앙을 마셔 보면 싱겁게 느껴진다. 혀가 헤파르의 맛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에비앙도 그렇게 맛있지 않다. 그들도 에비앙 물이 비텔이나 헤파르보다 좋으냐고 물으면 그냥 웃으면서 '마시기 편한 물'이라고만 대답한다.
그런데도 에비앙이 프랑스 대표 생수가 된 비결은 뭘까? 대구동네우물되살리기팀은 토론 끝에 어머니의 모성(母性)에서 답을 찾았다. 미네랄이 적은 물은 우유가 잘 풀리고 어린이가 마시기에 좋다. 자식이 마시는 물이니 부모도 함께 마셨다. 물에 대한 관심이 큰 프랑스인일지라도 자식은 에비앙, 부모는 미네랄 양이 많은 다른 물을 각각 사서 마시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는 늘 마시던 물에 익숙해졌고, 부모도 자식이 마시는 물맛에 길들여졌다. 그렇게 우리는 추측했다.
실제 에비앙 생수도 어린이를 홍보 포인트로 삼았다. 어머니가 젖먹이를 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광고를 집중적으로 했다.
◆대구 천연암반수 에비앙 생수보다 우수?=대구동네우물되살리기팀은 에비앙에서 대구 물을 떠올렸다. 동네우물 개발 대상지 35곳의 천연암반수 수질을 가검사한 결과 에비앙보다 미네랄 함유량이 많은 곳이 여기저기 있었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미네랄 양이 에비앙보다 적은 곳도 없지 않으나 대부분 에비앙보다 많았다. 대구 천연암반수는 어린이에게 좋은 물, 건강에 좋은 물, 다이어트에 좋은 물 등 종류도 다양했다. 에비앙 물을 질리도록 맛본 뒤 우리 일행은 대구 동네우물을 개발해 제대로 홍보하면 대구 천연암반수가 세계 최고 수준의 생수로 이름을 떨칠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 그렇게 우수하지도 않은 에비앙 생수가 세계화에 성공하는데 대구 천연암반수가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겨우 22년 만에 만들어지는 에비앙 생수보다 30년, 50년, 심지어 100년 넘는 세월을 거치며 만들어진 대구 천연암반수의 질이 좋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대구 천연암반수의 수질은 동네우물을 실제 개발하며 가검사가 아니라 본검사를 해봐야 최종 결론을 낼 수 있는 일이다.
글·사진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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