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박형준은 부인이, 박진 사촌누나…정권 출범직전 개업 한때 구설수
정권이 바뀌거나 선거를 전후한 시점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유명 그림들이 그림시장에 쏟아진다.
국세청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최욱경 화백의 '학동마을'이 그랬고, 신정아 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간의 스캔들 때도 '큰일났다 봄이왔다'라는 황규태 씨의 사진작품이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그룹 비자금 폭로사건 때도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유명 그림과 이를 사고파는 화랑이 정재계의 로비수단과 창구로 공공연하게 이용되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실세'로 불리는 인사들의 부인들이 운영하는 화랑이 이 정부 들어 급성장하면서 '화랑 정치'는 정치권의 관심으로 부상했다.
◆화랑 로비 사례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한상률 전 국세청장 간 국세청 스캔들에 연루돼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은 부인 홍모 씨가 운영하던 가인갤러리에서 전 전 국세청장 부인이 뇌물로 받은 '학동마을'을 팔려고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올 초 비리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실형을 선고받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정순영 전 수석전문위원도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도록 하는 방식으로 그림 로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그림 등 고가의 미술품 거래가 격조 높은 로비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실세'들의 부인이 운영하는 갤러리(화랑)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실세들의 화랑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8년 1월, 정두언 최고위원의 부인과 박형준 전 정무수석의 부인, 박진 의원의 사촌누나가 서울 강남의 요지에 있는 한 건물에 나란히 화랑을 개업,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정 최고위원과 박 전 수석 및 박 의원은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의 네이처포엠 빌딩에는 정 최고위원의 부인 이화익 씨가 운영하는 '이화익 갤러리'와 박 전 수석의 부인 조현 씨가 대표인 '조현 화랑', 박 의원의 사촌누나 박여숙 씨가 운영하는 '박여숙 화랑'은 물론 14개의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강남고객들을 겨냥한 갤러리타워로 유명세를 탔다.
특히 이들 화랑은 개업 직후부터 실세에게 줄을 대려는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면서 고위공직자들의 로비창구라는 소문까지 나면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등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정 최고위원 측은 얼마 전 "사찰을 받는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손님이 끊겨 최근 (이화익 갤러리의)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소문에 대해 정 최고위원은 "명함을 내밀면서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왔다는 전화가 오면 그림을 팔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했다"며 그림 로비를 시도한 고위공직자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 최고위원의 부인 이 씨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 현대의 큐레이터를 하다가 2001년 처음으로 갤러리를 열었다. 이후 2005년 종로구 송현동으로 화랑을 옮겼다가 강남에 지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수석의 부인 조 씨는 20여 년간 부산에서 화랑을 하다가 서울에 지점을 냈다.
◆그림 로비에 나서는 이유는
왜 그림을 통한 로비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일까.
그림은 사과박스로 전달하는 현금에 비해 격조 높은 로비 수단으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작품이라도 별 부담을 갖지 않고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유명작가 작품은 환금성이 좋은데다 애호가들이 소장하고자 하는 욕구도 강해서 돈다발보다도 쉽게 로비가 먹혀들 수 있다.
특히 그림을 로비의 수단으로 이용하더라도 소장자가 경매에 내놓을 때까지는 유통경로를 알 수 없는데다 상속이나 증여세도 매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이 상속 증여는 물론 뇌물로 최적의 수단이 된 셈이다. 최근 미술품 거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내년 1월부터 6천만원 이상 고가 예술품에 대해 양도차익의 20%를 양도세로 부과하게 되어 있지만 그림거래는 여전히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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