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의 비밀] 공짜나 다름없다고요? '남는 장사' 맞아요

입력 2010-09-02 16:06:41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나면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러나 상식 밖의 가격을 만나면 의심부터 드는 것이 인지상정. 1천500원짜리 밥과 자장면, 1만원짜리 화장품 세트, 단돈 만원이면 해결되는 술과 안주들…. '어떻게 저런 가격이 나올까' '남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선뜻 구매가 꺼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분명히 '남는 장사'를 하고 있다. 원가 절감이나 독특한 판매전략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가격 파괴의 진실'을 알아본다.

▶박리다매

가격 파괴를 내세우는 상품이나 서비스 대부분이 박리다매를 통해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저가 음식점들이 부대비용과 마진을 대폭 줄이고 박리다매 방식을 택하고 있다. 1천500원대의 자장면 가격이 가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자장면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는 돼지고기(500원), 면(200원), 채소류(300원), 자장(100원), 식용유, 조미료(100원) 등이 필요해 순수 재료비는 1천200원 수준이다. 여기에 월세, 가스비, 인건비 등 경상비용을 합치면 가격을 훨씬 웃돈다. 그러나 200그릇 이상 만들 때는 그릇당 재료비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고 부대비용 역시 반감 효과가 있다. 대구교대 앞 실비반점의 최영화 사장은 "경상비를 빼고 원재료만 원가로 해서 그릇당 200~300원 정도만 남기고 있다"며 "원료를 대량 주문해 원가를 낮추고 배달을 하지 않는 등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을 동원해 수지를 맞추고 있다"고 했다.

박리다매 방식은 가장 흔한 가격 할인 전략임에도 장기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가격을 낮춰 손님을 일시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지만 품질이 낮은 상품이나 서비스는 결국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서 삼성반점을 운영하고 있는 임태용 사장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아무리 값싼 음식이라도 맛과 품질에 이상이 있으면 소비자들은 찾지 않는다"며 "저가 음식점들이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음식의 양을 줄이거나 싼 재료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손님에게 외면받는다"고 했다.

▶끼워팔기 전략

대형마트에서 흔히 하는 마케팅으로 비슷한 종류의 상품을 2개 이상 묶어 단가를 낮춰 판매하는 형태다. 최근에는 여행이나 피부관리숍 등 서비스 업종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 피부관리숍을 예로 들면 복부 관리와 네일 관리가 각각 2만원씩이라면 이를 통합해 3만원에 서비스하는 형태를 말한다. 수성구의 한 피부관리숍 주인은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로 운영할 때보다 하나로 묶어 판매할 경우 전체적으로 개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이용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원가 절감 등 방어적인 가격 전략이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읽어 만족시키는 판매 기법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특히 끼워팔기는 시장의 콩나물에서부터 컴퓨터, 통신기기나 자동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반대로 몇몇 서비스를 제외시켜 가격을 낮추는 방식도 있다. 일부 초저가 여행상품의 경우 비자료, 유가할증료, 가이드와 기사 팁 등을 제외한 채 항공료, 숙박비 등만 포함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막상 여행을 가면 현지에서 모두 계산해야 하므로 정상적인 상품과는 가격에서 별 차이가 없다. 여행 가기 전에는 1먼~2만원을 따지지만 막상 현지에서는 씀씀이가 커지는 심리를 이용한 상품인 셈이다.

최태호 여행이야기 대표는 "많은 여행사들이 20만원대, 10만원대 여행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금액이다"며 "저가 여행상품을 고를 때는 숙박시설의 등급과 추가적인 옵션 등을 꼼꼼히 따져 보고 결정해야 후회없는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유인전략

싼 집이라는 소문을 듣고 막상 가 보면 정작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시중가와 별 차이가 없어 실망할 때가 있다. 이들 업소는 한 가지 대표상품의 가격을 확 낮춰 손님들을 끌지만 실제 매출은 딴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올리는 방식의 영업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주로 박리다매와 병행해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음식점의 경우 자장면과 짬뽕은 1천원대에 팔지만 요리류는 정상 가격을 받고 파는 방법이다.

음식값이 싸기로 소문난 대구 중구의 한 횟집 경우 초밥이나 물회가 5천~6천원으로 유명 횟집에 비해 절반 수준이지만 광어회나 모듬회는 3만~5만원으로 정상가를 받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초밥이나 우동 등은 시중의 정상가보다 확 낮추는 대신 회 종류는 정상가를 받고 있다"며 "식당 수입의 대부분은 회를 팔아 남기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많은 업체들이 품질을 저하시켜 가격 파괴에 나섰다가 고객들에게 외면받았다"며 "최근에는 과학적인 운영과 상품 설계, 합리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가격을 낮춘 상품이나 서비스가 많아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격이 다른 구매 요소보다 중요한 제품이 아니라면 금방 식상하거나 싸구려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품질 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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