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태의 중국책 읽기] 중국 후계 주자들의 용호상박

입력 2010-09-02 07:43:09

사페이(夏飛) '태자당과 공청단:시진핑과 리커창'

사페이(夏飛), 『태자당과 공청단:시진핑과 리커창 太子黨和共靑團: 習近平pk李克强』(北京:明鏡出版社, 2007)

한 사회의 흥망성쇠는 엘리트 충원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국가 운영의 조타수가 되는 정치 엘리트들의 적절한 배치와 선순환 여부는 해당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회는 끊임없이 엘리트 순환을 둘러싼 갈등을 연출하고 있다. 최근 인사청문회로 아비규환이 되고 있는 한국 정치의 실상이 좋은 방증이다.

그에 비해 민주주의가 낙후되었다고 여겨지는 중국의 경우 엘리트 충원 및 교체 면에서는 비교적 안정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국가를 이끌 정치 리더의 재목들을 전당대회에서 미리 선발하여 일정 기간 역할을 부여하는 과정이 제도화되어 있다. 사페이 등이 저술한 『태자당과 공청단:시진핑과 리커창』(명경출판사, 2007)을 보면 그 과정과 내용들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차세대 중국국가주석 후보로 거론되는 시진핑(1953년생)과 리커창(1955년생)도 2007년 중공17대 대회에서 정치국 상임위원으로 발탁되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새로 선출된 허궈창(1943년생), 저우용캉(1942년생)과 더불어 이들 4인방은 차세대 중국 정치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정치국 상임위원이었던 후진타오, 우방궈, 원자바오, 리창춘과 함께 정치적 역할을 분담했다. 시진핑은 서기처를 맡아 부주석이 되었고, 리커창은 상무부총리, 허궈창은 당기위서기, 저우용캉은 정법위서기를 맡았다.

이들 4인 외에도 소방대장이란 별명을 가진 왕치산, 대내총관으로 불리는 왕깡, 천진방의 특명대신 장까오리 등의 인물들도 후계주자로서 물망에 올라 경쟁하고 있다.

후진타오 체제의 임기가 종료되는 2012년까지 중국 차세대 주자로 발탁된 이들 4인은 입법, 사법, 행정, 당에 배치되어 기량을 겨루게 될 것이고 국민들로부터 권력승계의 적격여부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결국 중국정치 무대에서는 일회성 이벤트를 통한 '스타'의 출현을 제도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어두었다. 철저히 준비되고 검증된 '인물'만이 후계 후보자로서 하마평에 오를 수 있는 것이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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