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시행정 수단으로 전락한 MOU

입력 2010-08-31 10:59:01

대구는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등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상당수가 본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불발로 끝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MOU가 언론 홍보용 또는 전시행정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원구 대구시의원이 2006년부터 올 6월까지 대구시가 체결한 77건의 MOU 진행 상황을 분석한 결과 본계약이 이뤄진 것은 14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63건 중 53건은 진행 중이고 6건은 성사가 불투명하며 4건은 백지화됐다. 또 진행 중인 53건도 언제 본계약이 체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핵심으로 꼽히는 기업 유치 MOU 28건 중 제대로 된 기업 유치는 3D 업체인 프랑스 다소사 1건뿐이었다. 나머지 27건 중에서도 10건은 처음부터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MOU도 마찬가지다. 총 20건 중 실제로 이뤄진 것은 12건에 불과하고 그나마 컨택센터가 전부다. 컨택센터 유치로 2천 명이 채용됐다고 하지만 대부분 비정규직이어서 과연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기여했을지 의문이다. 2006년부터 4년간 174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 결과가 고작 이것이라니 참으로 한심하다.

기업의 사정이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MOU는 무산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형편없는 실적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대구시가 시민들에게 일하는 척 보이기 위해 MOU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은 결과로 말해줘야 한다. 성과가 부진하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전략과 계획을 재점검하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지 MOU라는 커튼 뒤로 숨을 것이 아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