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말이면 아내와 나는 도심 속 농부학교에 간다. 앞산 끝자락에 있는 조그마한 땅을 구청에서 분양받았다. 그 땅에 고추, 고구마, 땅콩, 가지, 오이, 상추, 옥수수를 심었다. 모종을 심으며 잘 자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함께 심었다. 농약이나 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오줌을 삭혀서 비료를 대신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서는 '공부하라'는 소리보다는 지겹도록 '일하라'는 소리만 하셨다. 가정실습이나 방과 후, 방학 때면 농사일 돕기, 소꼴을 베고 나무를 하는 일은 우리들의 몫이었다. 그래서인지 농사짓는 일이 낯설지는 않았다. 딸아이가 신청해 준 농부학교 강의를 아내는 열심히 들으며 귀농에 성공한 사람들의 체험을 되새겨 무공해 재배법을 실천에 옮겼다. 잡초가 많았지만 제초제를 치지 않고 잡초를 뽑아내며 고추 지줏대를 세우고 오이넝쿨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었다.'사람 발자국 소리 듣고 자란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사랑을 쏟은 만큼 볼 때마다 텃밭은 새로운 얼굴로 기쁨을 주었다.
일전에 대학총장을 지내고 귀거래사를 실천하신 분에게 "고향에 가서 농사지으시니까 좋으세요?"라고 여쭈었다. "예, 좋고말고요. 고향에 친구도 있고 별과 반딧불도 많고 너무 좋아요. 좀 더 일할 수 있을 때 고향에 터전을 잡고 싶었는데 마침 아버지가 농사짓던 땅이 있어서 쉽게 올라갔습니다. 일주일에 2, 3일만 대구에 있다가 나머지는 고향에 머뭅니다. 흙을 밟으며 살다 보니 건강에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라며 싱글벙글하셨다.
대다수 사람들은 귀농의 뜻을 품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귀농을 실천하기엔 결코 쉽지 않다. 넉넉한 경제적 기반이 있는 사람은 귀농을 할 수 있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귀농하는 경우는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만 성공할 수 있다. 잠깐 체험해 본 농사일이지만 내 할아버지적 아버지적 기억을 더듬어 본 것 같아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흙은 옛날 그대로의 소박한 이야기를 한다. 도시의 삭막함을 잠깐이나마 벗어던질 수 있었던 나의 작은 체험이 도시인들이 꿈꾸는 전원일기가 아닐까? 대다수 사람들은 자기가 먹는 것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라 내 밥상에까지 왔는지 잘 모를 것이다.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무공해 식품을 아삭아삭 베어 무는 그 맛, 내가 손수 가꾼 것을 먹는 기쁨이란 그 무엇과도 견줄 수가 없다. 마음의 '경전'이 따로 없다. 텃밭의 오이가 자라는 소리에 문득 싱싱한 풋고추와 시원한 오이냉국이 있는 어머니의 여름밥상이 무척 그리워진다.
김창제(시인)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