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무늬만 전문감사관제'

입력 2010-08-28 09:01:15

학연·지연·인사벽 둘러싸여, 독립성 없어 내부 불협화음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난 4월 전문감사관 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됐던 포항시가 감사 독립성을 전혀 확보해주지 않은채 운영해 오히려 조직 내부 갈등과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있다.

시는 지난해 경북도내 지자체 중 밑바닥 수준으로 평가된 공무원 청렴도를 높이고 '클린 행정' 실천을 위해 행정안전부 감사반 출신 사무관인 임양기(48) 씨를 전문감사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임 감사관의 지휘를 받는 감사 ·조사 분야 직원들은 그동안 시에서만 공직생활을 해 온 공무원들이어서 조직내 계급 차이는 물론 학연과 지연 등으로 얽혀 독자적이고 효율적인 감사반 운영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감사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대표적 사례는 최근 의혹이 불거진 49억원 규모의 생활폐기물 자원재활용시설공사의 입찰공고를 둘러싼 포항시의 '오락가락' 행정과 특혜 논란이다.

시는 지난달 14일 이 공사 전자입찰공고를 내면서 '최근 10년 이내에 생활폐기물 선별 및 압축시설 각 100t/일일 이상 시공한 실적이 있는 업체'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했다. 이에 경북 업체들이 "전국에서 참여할 수 있는 업체는 5개사에 불과하고 이중 경북 업체는 1개사만 참여가 가능해 입찰참가 자격제한은 특정 업체 밀어주기"라고 강력 항의하자, 시는 공고 2일만인 16일 경북 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으로 변경공고를 냈다. 29개사가 참여한 전자입찰에서 경주의 모 업체가 낙찰되자 탈락한 포항 업체들은 "변경공고 역시 까다로운 제한범위를 적용해 외지 업체에 낙찰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감사반은 이 공사 주무 부서인 청소과와 입찰업무를 맡고 있는 재정관리과를 대상으로 감사에 나섰지만 실체 규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 직원들은 "입찰공고 당시 청소과장은 최근 인사로 핵심 보직인 자치행정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앞으로 인사와 고과점수 등에 눈치를 봐야 될 감사와 조사 직원들이 정상적인 감사를 할 수 있겠느냐. 하급 직원들만 몰아붙여 조직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비판했다.

임 전문감사관은 "실질적인 감사와 조사를 해야될 직원들이 계급과 인사, 지연 등에서 자유롭지 못해 박승호 시장에게 수차례 외부 전문가 감사자 영입 등을 건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포항·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