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잘 하고 잘 받기, 준비는 어떻게
사람은 죽어서 재산과 빚을 남기기 마련이고, 남은 사람들은 이를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싸움이 일어나고, 형제들이 의절하는가 하면, 가족이 쌓아온 모든 정을 '법'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오죽하면 '차라리 재산이 없는 편이 낫다'는 말까지 나올까.
상속문제는 꼭 재산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아파트 한 채, 논밭 몇 마지기로도 얼마든지 상속으로 인한 갈등은 발생할 수 있다. 또 남겨 놓은 재산은 없는데, 몰랐던 빚이 덜컥 나타나는 바람에 유가족들이 애를 먹기도 한다.
상속을 잘하고, 잘받기 위해서는 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50대쯤부터 노후자금과 자녀에게 물려줄 재산, 사회에 기부할 재산 등을 적절하게 조절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재산 내역은 계속 변할 수 있고, 자녀나 배우자 등 상속 대상자들의 상황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10년 단위로 다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유언의 중요성
사람이 죽은 뒤 재산다툼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유언을 남기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므로. 50, 60대부터 유언장을 작성하고, 10년 단위로 혹은 5년 단위로 이를 수정한다고 생각하면 무난하다. 유언장을 작성할 때는 자신의 재산뿐만 아니라 빚을 꼼꼼하게 밝혀야 한다. 사람이 죽고 한참 뒤에 채권자가 나타날 경우 말썽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렇게나 유언장을 쓴다고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서 인정하는 유언방식은 '공증증서 유언' '자필증서 유언' '비밀 증서 유언' '녹음유언' '구수증언 유언' 등이다. 이런 방식 외의 유언은 무효다.
비용이 들지만 가장 안전한 유언방식은 '공증증서 유언'이다. 유언자가 공증인에게 유언 내용을 이야기하고, 공증인이 대신 유언장을 작성하는 방식이다. 유언장은 공증인 사무소에서 보관하므로 위조, 변조, 멸실, 분실 등의 우려가 없다. 공증증서 유언을 할 때는 2명의 증인이 필요하고, 2명이 유언장 작성 과정에 참가해야 한다.
공증효력이 있는 유언장이 있다고 해서 무소불위의 효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공증유언장은 다른 양식에 비해 증거가치가 높으나 공동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전부 박탈할 수는 없다.
◇ 유언철회와 우선순위
이미 유언을 했더라도 수정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이때는 유언했던 방식으로 철회해야 한다. 단순히 상속 대상자들을 불러놓고 '길동에게 주기로 했던 아파트를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말해도 철회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 유언 없이 사망했을 때는 법에 정해진 상속분대로 나눈다. 1순위 상속인은 배우자와 자녀다. 배우자란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며, 자녀란 시집간 딸과 뱃속의 태아도 대상이 된다. 배우자 1.5, 자녀들은 1로 균등하다. 이외에 자녀, 손자녀, 증손자녀, 고손자녀 등 직계비속과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등 직계존속이 상속대상자가 된다.
◇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재산보다 빚이 많을 경우 상속을 포기할 수 있다. 상속포기란 재산과 빚을 모두 포기하는 것을 말한다. 자신이 상속인이 된 것을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을 승인할지 포기할지 선택해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상속인이 미성년자라면 친권자가 대리해야 하는데, 주의해야 할 것은 태아도 상속승인과 포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속포기를 하려면 상속재산포기심판청구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사망자 기본증명서, 주민등록말소자등본 등을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 발급받아 첨부해야 한다.
한정승인이란 상속재산 한도 내에서 상속빚을 승인하는 것이다. 한정승인을 하려면 상속한정승인심판청구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 청구서에는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과 빚 등 재산목록을 기입해야 한다. 한정승인심판청구서를 내고 나면, 법원에서 한정승인심판서를 상속인들에게 보내준다. 심판서를 받으면 5일 이내에 일간신문에 공고를 내고, 공고기간이 지나면 상속받은 재산으로 상속 빚을 갚으면 된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전에 상속재산을 써버리거나 부동산을 매각한 경우에는 '상속포기'가 무효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상속문제 전문가들은 상속포기는 함부로 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누가 봐도 '마이너스'가 명확활 경우는 예외지만 가능하면 남은 유산 한도 내에서 부채를 갚도록 하는 한정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유가족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 상속재산과 부채 확인
부모가 유언장도 없이 갑자기 사망했을 경우 남은 가족들은 허둥대기 마련이다. 남은 재산과 빚은 얼마나 되는지, 재산은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세금은 또 어떻게 내야 할지 등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속재산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은 부동산이나 현금, 저축뿐만 아니라 망인의 대여금, 대출금, 보험금, 신탁재산, 퇴직금 등도 포함된다. 금융감독원 소비자보호센터와 국토해양부 국토정보센터를 통해 공식적인 부채를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다. 상속세를 신고할 때, 본의 아니게 상속재산을 누락하게 되면 가산세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또 금융부채를 정확하게 파악해 불필요한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 "그런 말씀 마세요"
'그런 말씀 마세요'라는 TV 광고가 있다. 아버지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자 자녀들이 '그런 말씀 마세요' 라고 입을 모아 반대하는 장면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재산을 내 가족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해 돌려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산의 사회환원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채무변제'인 측면도 있다. 재산은 당사자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도움이 있어야만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언을 통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도 되고,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던 고아원, 양로원, 학교시절, 복지시설 등에 직접 기부해도 좋다.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 과세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부모가 돌아가신 뒤 상속세 신고 기간에 자녀가 기부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공익법인 기부나 지원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국가의 관리가 철저하다. 조세회피 목적의 기부나 지원이라면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도움말: 변호사 신용길 법률사무소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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