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딱 떠오르는 뭔가가 없다

입력 2010-08-28 07:52:08

'서울=광화문·여의도, 부산=광안대교·해운대, 인천=공항·송도 신도시' 그런데 대구 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것이 뭘까?'

쉽게 안 떠오른다. 대구의 현실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국제도시로 변신을 꾀해야 하겠지만 실상 대구의 랜드마크가 되는 명소나 건물, 축제 등도 선뜻 '이것이다' 할 만한 게 없다. 그래서 혹자들은 대구가 의료·교육·패션·공연·경제 등 각 분야마다 중심도시니 특구니 하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는 '컬러풀 대구'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른바 '잡다풀 대구'다.

이달 15일 광복 65주년을 맞아 광화문을 새로 단장하면서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로서의 위상을 더욱 굳건히 할 수 있었다. 1395년 조선왕조의 정궁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세워져, 일제강점기 때 해체되고 다른 곳으로 이전되는 기구한 운명을 겪었다 다시 제 모습을 찾은 것이다. 광화문의 재탄생은 내세울 게 마땅치 않은 대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제3의 도시에서 제4의 도시로 추락, 각종 경제지표도 광역시·도 중 꼴찌권, 지역 거점 도시로서의 매력까지 잃어버리고 있는 대구에 활력이 될 만한 트레이드 마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수도, 부산=항만, 인천=관문

서울이 대한민국 간판도시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수도로서의 상징문이 재탄생한 것. 풍수학적으로 이중 배산임수(背山臨水) 구조의 중심인 광화문(光化門)이 위치를 바로잡은 것은 물론이고 현판도 처음 만들 당시처럼 한자로 써 새로 내걸었다. 광화문 뒤로는 경복궁과 청와대가 있고 그 앞 세종로 광장에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이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아 서울시장 광장과 남대문까지 내려보고 있다.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랜드마크인 셈이다.

김선응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광화문은 전통과 첨단이 조화된 서울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며 "보통 한 도시는 여러 가지 장점이 합해져 하나의 도시로서의 매력을 나타내지만 랜드마크가 될 무엇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대구 역시 여러 가지 분야에서 특색 있는 부분이 있겠지만 시민들의 여론을 모아 랜드마크가 될 만한 큼직한 프로젝트를 연구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부산 역시 대구와 같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항구도시 부산의 상징이 될 만한 광안대교를 건설했다. 그리고 센텀시티, 벡스코(BEXCO) 등 대형 쇼핑센터와 전시관을 지어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하고 있다. 특히 여름이면 해운대가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부산시와 시민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전 세계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진정한 국제영화제로서 해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도시로서 대구를 추월해 제3의 도시가 된 지 오래다. 인천국제공항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송도 국제신도시 건설에도 대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 자본이 투자되고 있다. 인천에서 국제공항으로 이어지는 인천대교도 이미 개통됐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대구는 지역민들이 아이디어를 모아 랜드마크도 만들고 획기적인 발전을 꿰할 전기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컬러풀 대구'를 '잡다풀 대구'로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대도시로서의 기반들을 다양한 분야에서 그만큼 갖추고 있다는 얘기일수도 있다. 실제 대구에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메디시티, 첨단의료복합단지, 의류패션도시, 문화공연중심도시, 교육 1번지 수성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비판도 많지만 도시 전반적인 균형기능은 좋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도시 내 '대구는 이거다' 할 정도의 결정적인 상징물은 없지만 우방타워도 있고 국채보상운동공원, 2·28 기념공원 등 도심 내 작은 공원들도 있다. 동물들이 살고 있는 달성공원도 있다.

대구월드컵경기장도 체육 기반시설과 공원으로서 나무랄 데가 없다. 나무도 어느 도시보다 많이 심어져 있고, 도심 내로 흐르는 신천도 서울 청계천 못지않은 도심의 쉼터다.

그렇지만 '뭘 내세울까?'에 대한 물음에 선뜻 답을 내기는 어렵다. 아이디어도 '찔끔찔끔' '올망졸망' '이도저도' '고만고만' 등의 단어만 되풀이될 뿐이다. 결국 랜드마크에 대한 답은 대구시민들이 찾아야 할 몫이다.

이정호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는 대구가 가진 천혜의 자연적인 조건에서 랜드마크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대구처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내륙 분지도시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며 "'그린시티'로서 도심에 나무를 더 많이 아름답게 심어서 세계인들이 보고 감탄할 만한 살기 좋은 도시로 조성한다면 친환경적 도시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파리의 에펠탑처럼 대구가 건물이나 타워 등 인공적인 조형물의 높이, 규모 등으로 랜드마크를 만들려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경대 경주대 국토도시계획학과 교수는 "대구는 훌륭한 도심을 갖고 있다. 중구청 같은 경우에는 도심 골목의 역사를 되살리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구청이 아닌 대구시 차원에서 역사와 전통이 어우러진 상징축이나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도시디자인 분야의 전문가들은 대구경북지방병무청이 옮겨간 자리에는 경상감영 400년을 상징할 만한 관문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도 내놓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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