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가을매장 "늦더위가 미워요"

입력 2010-08-27 09:51:28

백화점 마네킹은 일찌감치 가을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최근 늦더위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아직 여름의류 구매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8월 하순에도 여름상품 매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백화점 마네킹은 일찌감치 가을옷으로 갈아입었지만 최근 늦더위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아직 여름의류 구매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8월 하순에도 여름상품 매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백화점은 보통 한 계절을 앞서간다. 8월 초부터는 본격적으로 가을 옷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8월 하순 처서가 지나면 완연한 가을 분위기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늦더위로 인해 오히려 여름 상품의 매출이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가을 신상품 판매는 저조

백화점에서는 가급적 가을 시즌을 빨리 시작하고 싶어한다. 여름옷은 단가가 낮다보니 매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 7·8월이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히는 이유다. 백화점이 7월 여름 세일 마감과 동시에 서둘러 가을 옷을 채워넣는 것은 비수기를 하루라도 빨리 끝내고 매출을 회복하고 싶은 속내가 숨어 있다. 현재 대구백화점 본점과 프라자점 여성의류 매장에서는 시슬리, 온앤온, 탱커스 등 영캐주얼 브랜드를 중심으로 가을 신상품 비중이 50~60% 정도 된다.

하지만 올해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런 백화점의 '숨은 전략'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늦더위로 되레 여름옷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 롯데백화점 대구점 바닐라B 매장의 하정은 숍매니저는 "매장을 찾은 고객에게 가을상품을 권하기라도 하면 '이걸 지금 어떻게 입냐'는 고객이 대다수"라며 "고객들이 간절기 가을상품을 찾더라도 소매나 바짓단이 3부정도 짧은 상품이나 얇은 소재의 옷을 고르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인해 가을 신상품을 눈에 잘 띄는 곳에 진열해도 관심을 가지는 고객이 많지 않아 전략 마련에 고심중이다. 동아백화점 수성점 여성의류팀 김성민 팀장은 "그렇다고 트렌드를 앞서나가야 하는 백화점에서 막바지 시즌을 맞고 있는 여름 상품을 좋은 위치에 진열해 놓기에도 애매해 마케팅의 초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기상청의 통계에 따르면 대구의 여름은 100년 전에 비해 14.1일 늘어났다. 여름이 길어진 만큼 봄·가을은 점점 짧아져 의류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구 동성로 여성의류점 윤은호(32·여) 씨는 "대구의 경우 이미 수 년전부터 카디건, 얇은 베스트 등 간편하게 걸쳐 입을 수 있는 가을 의류 판매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이는 백화점 역시 마찬가지이다. 동아백화점 쇼핑점 여성의류 황영호 대리는 "올 봄의 경우 이상 한파의 영향으로 3, 4월에 판매가 집중되는 봄 의류 판매가 부진을 보여 애를 많이 먹었는데, 이제는 8월 하순까지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가을 상품 판매 역시 부진한 현상을 빚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또 날씨가 갑자기 변할지 몰라 가을 신상품 재고를 줄일 수도 없어,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매장을 구성하기가 참 난감하다"고 했다.

◆때늦은 여름 상품 판매 늘어

지난주부터 35℃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유통가에서는 오히려 막바지 여름 상품 매출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까지도 민소매 티셔츠, PK셔츠(칼라가 달린 면 티셔츠)를 찾는 고객이 늘어 이들 상품의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1%나 늘어난 것. 미니스커트나 핫팬츠 등 캐주얼 의류 매출도 17%가량 증가했으며, 심지어 수영복도 10%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대구백화점에서는 차라리 여름 상품 할인 판매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본점과 프라자점에서는 여름 상품들을 할인해서 판매하는 여름 상품 마감전 행사를 다양하게 진행할 예정인 것.

늦더위로 폭염이 계속되면서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 가전제품의 호황도 이어지고 있다. 8월 들어 지금까지 대구백화점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백프라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주에 에어컨 재고량을 다 소진했으며, LG전자도 소형 에어컨만 조금 남아 있다"면서 "늦더위가 10월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보까지 나오면서 소비자들이 여름이 다 지난 후에도 에어컨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도 여름옷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8월 중순에도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여름옷이 7월 중순보다도 많이 팔리는 드문 현상이 벌어진 것. G마켓은 16∼22일 일주일 동안 여름 패션 제품 판매량이 작년 동기보다도 40% 늘었을 뿐 아니라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도 30% 증가했다고 24일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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