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손님 맞을 준비돼 있나] 대구관광점검 <하> 해법은 어떻게

입력 2010-08-24 10:32:08

찜갈비·따로국밥 외국인들에 직접 맛 보이고 물어봐야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은 잠자리와 먹을거리의 국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은 잠자리와 먹을거리의 국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학원강사 에디 테일러(27·미국) 씨는 두 달 전 여러 나라를 여행하다 대구를 찾은 누나 둘과 오랜만에 재회했다. 하지만 피붙이를 만난 기쁨은 잠시뿐, 대도시임에도 여행객들을 위한 깔끔한 저가형 숙소를 찾기 힘들었다.

테일러 씨는 "일하는데 방해하기 싫다고 자신들끼리 한참 돌아다니더니 결국 내게 도움을 청했다"며 "저렴한 숙소를 추천해달라기에 모텔을 권했는데 취객들이 밤새 드나드는 유흥주점이 주변에 너무 많다면서 결국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고 전했다.

2011년 대구 방문의 해를 맞아 '관광 비상'을 꿈꾸는 대구의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 잠자리 등 관광 인프라가 취약한 데다 기존 인프라도 외국인의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잠재된 관광자원조차 효과적으로 개발, 체계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의 기호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한편 다양한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내놓고 다듬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외국인 기호부터 파악하라=대구에 산 지 6개월째인 브라이언 존슨(26·미국) 씨가 대구에서 맛본 한국음식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대구시가 대표 음식으로 내세운 찜갈비나 따로국밥이 아니라 돼지갈비다. 존슨 씨는 "너무 매운 찜갈비보다 고소한 양념에 버무린 데다 비교적 저렴하고 숯불에 구워먹는 재미까지 있는 돼지갈비가 최고"라고 말했다. 존슨 씨는 "대구시가 외국인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음식과 맛집, 볼거리와 숙소 등 관광 인프라의 매력이 떨어진다"며 "외국인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대구를 찾는 외국인들은 대구시의 음식과 맛집 홍보 전략에 외국인의 기호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막창집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류종은(26·수성구 지산동) 씨는 "막창은 쫄깃한 젤리 같다고 좋아했지만 따로국밥은 한국인의 입맛에만 맞는 것인지 선뜻 다가서지 못했다"고 했다. 크리스 버튼(32·미국) 씨도 "내 주변 외국인들은 횟집 등이 즐비한 들안길보다는 팔공산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리고기,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낀다"고 전했다.

외국인들은 볼거리와 잠자리 인프라에 대해서도 불만을 쏟아냈다. 볼거리를 제대로 묶어 안내하지 못하는 데다 도심을 관광지화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류 문화'에 푹 빠진 부인 손에 이끌려 지난해 한국을 찾았다 대구를 거쳐 간 기무라 센이치로(43·일본) 씨는 "도심에 있는 옛 건물들을 활용하면 한결 풍취가 살고 대구가 역사 깊은 도시라는 점도 알릴 수 있을 텐데 투자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약령시의 한약재 가격은 저렴했지만 다양한 상품을 찾을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대구에 산 지 4년째인 인도네시아인 아멜리아 아티(22·여) 씨는 "고향에서 가족들이 대구에 놀러온다고 해도 모텔에서 자라고 권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모텔에 들어서면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자판기부터 눈에 띄는 등 외국인 관광객을 배려하는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발굴, 체계화, 홍보 삼박자 맞춰야=저메인 존스(28·미국) 씨는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친구들은 밤에 동성로의 클럽 거리나 다양한 카페가 모인 곳을 안내해 주니 좋아하던데 이 같은 정보는 쉽게 얻기 어렵다"며 "있는 자원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외국인들한테 보러 오라고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외국인과 전문가들은 대구시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변명만 할 뿐 잠재된 자원을 발굴하고 체계화한 뒤 홍보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대해 직장인 피터 예이츠(29·미국) 씨는 "게스트하우스처럼 아침식사까지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저가형 일반 숙소 두세 개만 있어도 상황은 점차 변할 것"이라며 "대구시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송재일 박사는 "행정기관과 업계의 소통이 활발해야 관광 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수 있는데 보수적 분위기 때문인지 대구는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했다.

계명대 관광경영학과 정우철 교수는 "지금처럼 숙박객을 유치할 경우 여행사에 1인당 수만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길 원하는 관광 추세에 맞게 도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야 야간 관광까지 더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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