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 예상 깬 전젹 만남…MB, 차기대권 관련 모종의 암시
불발설까지 나돌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21일 전격 만남은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해석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집권 후반기를 맞아 안정적 정국 운영의 초석을 놓는 계기가 됐고, 박 전 대표로서는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한 선점 효과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시기부터 필연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선 6·2지방선거 패배의 충격을 7·28재보선 승리로 말끔히 털어낸 이 대통령의 자신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불편했던 박 전 대표와의 관계 정리를 통한 레임덕 없는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의욕도 컸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 처지에서는 박 전 대표의 협조야말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소통'이라는 이미지 쇄신 목표를 이루는 계기가 필요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안 처리 등과 관련해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포용력 부족' '타협을 모른다'는 이미지가 굳어져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였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이탈도 '변신'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간 갈등의 핵심이었던 세종시 문제가 완결되고 친박계 서청원 전 의원이 사면된 점도 해빙 무드 조성에 도움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이날 만남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뭔가 확실한 '당근'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달 초순만 하더라도 두 사람의 만남은 물 건너 갔다는 예상이 많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진전이 없다"고 했고, 친박계에서도 "만나서 할 이야기가 없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로선 차기 대권에 대한 암시가 가장 확실한 당근이다. 이날 회동에서의 구체적 언급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총리 지명과 당·정·청의 인적 쇄신이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시각에 대해 해명했을 것으로 여권은 보고 있다. "과거 5차례의 회동과 비교할 때 가장 성공적인 회동"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박 전 대표가 "오늘 회동 분위기가 대단히 좋았다"고 평가했다는 친박측 전언이 나온 것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결국 차기 대권 구도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선 최대 11명에 이르는 여권 대선주자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됐고,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협조를 통한 안정적 국정운영을 담보받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동에 대해 지나친 기대는 성급하다는 시각도 적지않다. 과거 두 사람 간 회동처럼 또 다시 삐걱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양 쪽 모두 상대방에 대한 아쉬움과 필요에 따라 만났기 때문에 '진정한 의기 투합'으로 보기는 힘들고 '일시적 전략적 제휴'로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천안함 사태 이후 급랭한 남북관계를 풀고자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대북 특사를 제안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전 대표는 과거 김정일 위원장과 독대한 적이 있고 국내 정치적 위상이 크다는 점에서 '박근혜 대북 특사'는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볼만한 카드라는 의견이 적지않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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