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단석산 골짜기 성지 허인백 등 3명 순교 유적
#9월 일반 신자 순례 기회
경주 건천읍을 거쳐 청도로 넘어가는 단석산 자락 깊은 골짜기(산내면 내일리)에는 순교 성지가 있다. 바로 '진목정 순교 성지'다.
진목정 성지는 국내 천주교회 신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진목정 성지가 갖고 있는 순교의 숭고함은 9월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를 기다리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와 경주 산내성당은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진목정 성지 순례를 신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자 허인백, 이양등, 김종륜 가족들이 좀 더 안전한 신앙생활을 하기 위해 정착한 곳이 바로 진목정 성지다. 이들은 산 중턱에 있는 범굴에 기거했다. 이들이 범굴에서 호랑이를 만나자 호랑이에게 박해를 피해 들어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고, 호랑이는 굴을 비워준 뒤 이들을 다른 짐승들로부터 보호해줬다는 전설이 있다.
허인백 등은 나무 그릇을 깎아 연명하던 중 포졸들에게 체포돼 경주진영(현 경주문화원)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받은 뒤 울산의 장대벌에서 처형당했다. 처형된 날 밤 허인백의 부인이 형장 근처의 강둑을 파고 순교자 3명의 시신을 묻어뒀다가 1886년 신앙의 자유가 허용되면서 산내면 내일리 진목정으로 순교자들의 시신을 옮겼다. 다시 천주교 대구대교구 감천리 묘지에 이장됐다가 병인박해를 잊지 않기 위해 100주년 기념 성당으로 봉헌된 대구 복자성당(신천동)에 안장됐다. 현재 경주 진목정에는 허묘가 남아 있다. 병인박해의 수난지인 경주 진목정은 순교자들이 선혈을 뿌려 은총의 땅으로 바꾼 성지인 셈이다.
진목정 성지에는 한국 천주교 초기 최양업 신부가 사목 방문을 다녔던 8개 공소 중 하나인 진목공소가 있다. 진목공소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산내성당에 따르면 진목정 성지 순례는 '소태골 피정의 집→범굴→묘지→진목공소', '소태골 피정의 집→진목공소→묘지→진목공소' 등이다.
피정의 집에서 범굴까지는 십자가 길이 있다. 길이 다소 험해 노약자들이 다소 힘들 수 있다. 범굴에서 묘지까지는 2시간의 산행길로 묵상코스이자 순례길이다.
피정의 집에서 진목공소 방향의 경우 피정의 집에서 미사를 마친 후 차량으로 5분가량 이동, 진목공소에 먼저 들른 뒤 다시 차를 타고 1, 2분 정도 걸려 묘지에 가는 코스다. 노약자들에겐 편리하다.
산내성당은 진목공소와 묘지 간 약 700m 길에 십자가 길을 조성하고 쉼터를 만들어 노약자들이 좀 더 쉽게 순례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진목공소 주위에 작은 집들을 지어 개인 및 가족이나 소규모 단위의 단체들이 하루를 묵어가며 피정을 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산내성당에서 시작해 소태골 피정의 집→범굴→묘지→진목공소까지를 하나의 순례길로 조성해 이 지역 전체를 성지화할 계획이다.
산내성당은 순교자성월 9월 한 달 동안 평일과 주일에 관계없이 매일 11시에 피정의 집이 있는 소태골 야외장소에서 미사를 한다. 미사 후 점심식사를 한 뒤 오후 1시부터 순례를 시작한다.
순례는 산행 코스의 경우 60세 이하, 일부 차량 이동 코스는 60세 이상으로 권하며 오후 4시쯤 신자들이 묘지에서 함께 기도한 뒤 순례를 마칠 계획이다. 문의 054)751-1571.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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