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한계와 사회적 편견은 춤을 통해 날려버렸다. 이젠 나에게 몸을 옥죄는 사슬과 삶의 제한된 경계란 없다."
황성진(24)은 태어나면서부터 다리가 불편했다. 하반신을 쓸 수가 없다. 휠체어는 그에게 신체의 일부가 됐다. 그는 20여년 동안 재활운동과 물리치료를 했지만 일어서지 못했다.
이런 그가 최근 두 차례 현대무용 공연을 가졌다.
지난달 23일 '춤 한판 춥시다'란 테마로 봉산문화회관 가온홀과 28, 29일 최댄스컴퍼니 주최로 소극장 엑터 스토리에서'젊은 안무가들의 뉴 레볼루션 프로젝트'라는 무대에 섰다. 여기서 그는 다른 댄서들과 함께 휠체어 연기는 물론 휠체어를 버리고 무대 바닥에서 온몸으로 연기를 펼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두 차례 공연은 하루 3, 4시간씩 휠체어와 씨름하며 현대무용을 익힌 지 10개월 만에 이룬 일이었다.
"아무리 몸이 온전하지 못 해도 장애인도 정상인과 같은 생각, 같은 시선,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불편했던 성장과정에서 그는 늘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들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최소한의 도움도 없이 생활하고 싶었다고 했다. 또한 '장애'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상처를 받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인 마음을 지니려고 노력했다.
휠체어 댄서 황 씨가 현대무용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근육과 골격의 유연성을 키우기 위해 한 스포츠센터에서 휠체어 댄스스포츠를 배우던 중 그의 잠재된 끼를 알아차린 헬스트레이너가 "현대무용을 한번 해봐라"며 안무가 이상훈(29·이상한댄스컴퍼니 대표) 씨를 소개해준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황 씨를 만나 현대무용을 지도하고 듀엣으로 함께 무대에 선 이 씨는 "황성진은 춤을 배우면서 대단히 열정적이었고 자기만의 장기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은 듀엣으로 무용 공연을 하면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소통과 보완에 중점을 두었다고 했다. 이 씨는 "황 씨의 불편한 육체적 한계가 합동공연을 통해 그에게 새로운 다리 역할을 할 수 있게 안무를 구성했던 것이 관객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씨는 황 씨가 계속 춤을 추려는 의지가 있는 한 그의 또 다른 다리가 되어 줄 것을 약속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생소한 분야에서 리듬과 박자 감각을 맞춰나가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에 또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다면 또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황 씨는 무용을 할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고 자신처럼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찾아가는 공연을 보여주면서 삶의 희망을 전파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춤을 배우면서 대인관계와 사회와의 소통을 넓혀나갈 수 있었고 자신감도 갖게 됐다.
어머니 김영희(59) 씨는 "선천적으로 명랑한 아이였었고 어릴 적엔 휠체어를 타고 빙글빙글 돌며 재주를 부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상이 힘겨울 수 밖에 없는 황 씨에게 이제 춤이란 동반자가 생겼다. 춤을 배운 후론 다리근육에 힘이 생기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면서 몸도 많이 유연해졌다. 육체적 한계와 편견을 넘어선 황성진의 세 번째 무대를 기대해본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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