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 Why] 정물 (Still Life)

입력 2010-08-19 14:37:50

작 가 명 : 조르지오 모란디 (Giorgio Morandi, 1890~1964)

제 목 : 정물 (Still Life)

연 도 : 1916년

크 기 : 82.5x57.5㎝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뉴욕현대미술관 (The Museum of Modern Arts, New York, USA)

회화작품 중에서 '정물화'는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거부감 없이 쉽게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는 장르이다. 하지만 이 분야가 독립된 장르로 인정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17세기 중산층 계급이 등장하면서 자기 집을 장식하기 위한 미술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종교개혁을 통한 초상화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정물화 작품으로는 이탈리아의 화가 자코포 데 바르바리가 1504년에 그린 작품을 꼽는다. 그리고 정물화의 황금시대는 17세기의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졌다. 한편 18세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구상회화가 등장하기까지 프랑스는 정물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했으며 250년에 걸친 기간 동안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작가들 대부분이 정물화를 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작가 조르지오 모란디는 샤르댕과 세잔의 전통을 이어받은 20세기 정물화와 풍경화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이탈리아의 국민화가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초기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두드러진 아방가르드 그룹인 미래파 운동에 동조하여 1914년에 그들의 전람회에 출품하였다. 그리고 1918~1920년에는 형이상학파에 몸담아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동료 형이상학파 화가들과는 달리 붓질의 감각적인 성질에 관심을 보였으며, 산만한 원근법이나 다양한 색채 사용은 극도로 억제했다.

모란디는 색조를 조절한 채색면을 한정짓는 방편으로 그가 선택한 사물들의 미묘한 형태 변화를 깊이 있게 연구했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 이상으로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것은 없다. 물론 물질은 존재하나 자체의 고유한 의미는 없다. 우리는 오직 '컵은 컵'이며 '나무는 나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라는 미학적 사고를 통해 어떻게 하면 묘사한 물체를 본질 상태로 환원시켜 제시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의 정물화 대부분은 병이나 항아리, 컵 등 일상적인 생활용품의 형상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그렸다. 이 작품 〈정물〉 역시 이탈리아의 명품을 연상시키는 지적이고 차분한 무채색에 선과 형태, 색조 및 색채의 간소함을 통해 일상의 보다 심오한 측면을 시각화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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