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곡동 침수, 배수장 설계당시 이미 예견"

입력 2010-08-17 10:08:23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또다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주택 60여 채와 주차 차량 30여 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침수되자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다니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또다시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16일 오후 주택 60여 채와 주차 차량 30여 대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침수되자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다니며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달 17일에 이어 한 달 사이 두 차례나 '물난리'가 난 대구 북구 노곡동 침수 피해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한 채 배수펌프장 공사를 강행한 행정기관의 탁상행정이 빚은 총체적 인재로 드러났다. 대구시의회와 북구의회는 공동으로 진상을 파악해 불·탈법이 드러날 경우 감사 요구, 고발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 의견 무시 = 매일신문이 16일 입수한 '노곡 배수펌프장 실시설계 자문 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위원들은 ▷펌프장 수문 오작동으로 인한 침수 가능성이 크고 ▷배수펌프장 침수 피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행정기관에 공식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홍기 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자문 보고서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침수 방지를 위해 터널배수로와 펌프장을 동시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그러나 주민들이 터널배수로 공사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펌프장 공사만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펌프장 설치 공사 도중에 큰 비가 내릴 수 있어 시공공정 계획을 충분히 수립해 별도의 배수로를 확보해야 하며, 펌프장 내 로타리 자동제진기의 수문 오작동 가능성도 제기하는 등의 대책 마련도 제시했다. '터널 입구부 유수지에 설치될 수문에 대한 운영 계획을 상세하게 수립해 운영시 수문 오작동으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두 차례에 걸친 물난리에서 제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고, 지난달 홍수에서는 배수장에 있는 펌프 2대 가운데 1대가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위원장 양명모)는 17일 긴급 위원회를 열고 '노곡동 침수 피해 조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보고서에서 지적된 내용이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어떻게 묵살됐는지 여부를 북구의회와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땜질 처방에 그친 행정기관 = 노곡동은 금호강 수위보다 낮아 홍수에 상습적으로 침수되던 곳으로 한꺼번에 물이 몰릴 경우 유속과 수압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배수펌프장 내 게이트펌프(지름 1천350㎜) 2대와 로터리 자동제진기(2.2ⅹ3.6m) 2대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닥칠 경우 펌프장이 물흐름을 막아 오히려 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큰데도 별도의 하수관 설치 없이 펌프장 공사만 이뤄졌다. 토목업계 관계자들은 "북구청과 시가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공사를 급하게 진행하려다 결국 일이 터진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부유물을 없애려고 설치한 펌프장 제진기가 오히려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진기 작동 속도가 느린데다 8㎝ 이하의 부유물은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 전문가들은 "제진기를 설치하더라도 물의 양이 많거나 수압이 강해 부유물 양이 많으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2억원 가까이 들여 북편에서 내려온 물이 곧바로 금호강으로 흘러가도록 하수관 공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궂은 날씨 탓에 대처가 늦었다"고 해명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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