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산업단지에서 10년째 기계부품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대표는 요즘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청년 실업난이 남의 일 얘기다. 올 초부터 일거리가 쏟아지는 바람에 일손이 부족해 인력 모집에 나섰지만 여태 감감무소식인 것. 그는 "회사가 성서공단에 있다고 하니까 전화문의만 간간이 들어올 뿐 면접을 보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영세업체라 대기업 수준의 월급을 줄 형편도 못 되고 고민만 쌓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고민은 A대표만의 걱정거리가 아니다. 성서산단은 물론 3공단, 서대구공단 등 지역 대부분 노후공단 업체 대표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직원을 뽑을 때 산업단지라는 간판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 무미건조하고 회색 일색인 산업단지의 고정관념과 요즘 젊은층의 머릿속에 있는 '일하고 싶은 일터'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에 대구시가 도심의 산업단지를 일하고 싶은 공간으로 바꾸는 수술에 나섰다.
그동안 산업단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개념인 '친환경'과 '공공디자인'이라는 새옷을 입히고 '문화 기능'과 '녹색'으로 단장해 산업단지의 일자리 매력을 높이겠다는 것.
지난해 말 분양을 마감하고 한창 조성 중인 성서5차산업단지가 첫 번째 대상이다. 시는 금호강을 끼고 있는 자연친화적인 이곳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체 산단 면적의 22%(31만㎡) 정도를 녹지공간으로 할애했다. 보통 다른 산단이 전체 면적의 10% 정도를 녹지공간으로 가꾸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다. 단지 내 세천늪도 복개 대신 보존을 선택했다.
또 이곳에 들어설 74개 입주업체 대표들에게 담장을 없애는 것은 물론 첨단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공장을 설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4월 성서5차산단에서 가장 먼저 공장을 짓기 시작해 다음달 준공을 앞둔 신성S&T㈜ 최광영 대표는 "성서5차산단 친환경 공장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써달라는 대구시의 요청을 공장 설계 전에 받았다"며 "종업원들이 일하고 싶은 욕구가 물씬 풍기도록 공장 외관은 물론 호텔 같은 휴게시설, 구내식당 등의 시설을 갖추는 등 편안하고 즐겁게 일하는 일터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성웅경 산업입지과장은 "입주업체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담장이 없고 미관을 고려한 친환경적인 공장으로 계획하는 등 공원 같은 쾌적한 환경에서 종업원들이 일할 수 있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며 "도심 노후공단인 3공단·서대구공단도 리모델링을 통해 첨단산업단지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어 지역 모든 산단을 일하고 싶은 산업단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이달부터 전국의 국가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산업단지 브랜드 명칭 도입 ▷산업단지의 날 제정 및 문화행사 개최 ▷산업단지 공공디자인 적용 ▷그래피티 아트(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경진 대회 등의 시책 추진을 통해 그동안 산업단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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