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야구토크] 걱정되는 외국인선수 투수 집중

입력 2010-08-17 09:35:08

프로야구 후반기가 시작되면서 팀 전력 보강과 내년 시즌을 위한 외국인선수(용병) 교체가 한창이다. 삼성과 한화, 넥센은 최근 용병을 교체했다.

삼성은 무릎 부상을 당한 투수 브랜든 나이트를 중도 하차시키고 투수 팀 레딩을 영입했다. 레딩은 2003년 휴스턴, 2008년 워싱턴에서 각각 10승씩 거둔 메이저리그 출신 오른손 투수로, 다부진 체격을 갖추고 있다. 한화는 호세 카페얀 대신 쿠바 출신의 왼손 투수 프랜시슬리 부에노와 계약했다. 부에노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쿠바 출신 첫 용병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 넥센은 타자 클락을 빼고, SK·두산에서 뛰었던 투수 니코스키를 영입했다.

이들의 성공여부는 아직 판가름할 수 없지만 각 구단은 투수 보강에 초점을 뒀다.

2010년 8월 4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역대 용병은 모두 208명이다. 이 중 투수는 172명(55.5%), 타자는 138명(44.5%)이다. 언뜻 보면 타자와 투수의 비율이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의 상황을 잘 설명해 준다. 용병을 처음 뽑은 1998년에는 투수가 4명(33.3%), 타자가 8명(66.7%)이었다. 1999년에는 투수가 4명(22.2%), 타자가 14명(77.8%)이었다.

2002~2004년에는 타자와 투수 수가 균형을 이뤘으나 이후 타자의 비율은 감소하고, 투수의 비율은 증가했다. 올해 경우 투수가 18명(90%), 타자가 2명(10.0%)이다.

용병은 취약한 포지션을 개선하고, 팀의 전력을 평준화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최근에는 오직 투수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용병이 영입되고 있다. 당연히 그 이유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타고 투저의 현재 상황에서 투수력 보강은 더욱 절실하다.

용병 타자의 국내 무대 적응이 어렵다는 점도 각 구단이 투수 영입에 집중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용병 타자들은 국내 투수들의 볼 배합과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정면 승부보다는 집요하게 약점을 파고드는 승부에도 곤욕을 치른다. 이 때문에 각 구단은 우수한 타자보다 투수를 선호한다.

용병 도입 초창기 때는 투수도 볼이 빠른 유형을 많이 영입했는데 성공 확률이 떨어져 최근에는 변화구와 제구력이 좋은 투수를 선호한다. 결과적으로 확률이 높은 쪽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타자든 투수든 편중된 용병의 무분별한 수입은 한국 야구의 기반을 흔든다는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즉 한국의 유소년 프로야구의 지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활동하는 용병 투수는 18명이다. 프로야구에서 뛸 수 있는 우수한 투수 18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유소년 선수 수백 명의 노력과 희생이 요구된다. 투수 편향의 용병 수입은 수백 명의 유소년 선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치열한 순위다툼에서 잘 고른 외국인 용병은 팀 순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야구가 대중스포츠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저변확대가 필요하다. 이는 프로농구를 보면 확연해진다. 프로농구계는 용병 영입으로 아마추어의 기반이 흔들리자 용병 선수의 출전 시간을 줄인 데 이어 등록 선수 수도 줄였다. 프로야구도 이제 용병에 대한 문제를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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