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머리카락을 세로로 2등분해서 스위스로 보냈다. 세계 최고의 정밀기술을 가졌다는 스위스에 일본의 기술 수준을 한껏 뽐내고 싶어서였다. 그러자 스위스에선 머리카락을 4등분해 반송했다. 이에 질세라 일본은 그것을 다시 8등분해 보냈다. 그러자 스위스는 머리카락마다 일일이 구멍을 내서 일본으로 되돌려줬다. 그 뒤 일본에선 더 이상 아무 소식도 없었다.'
기술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일본도 스위스에는 한수 접는다는 일화입니다. 스위스의 정밀기술은 그만큼 알아준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본은 소형 전자기술에 관한 한 세계 최고입니다. 1980년대 소니 '워크맨'을 비롯한 디지털 카메라, 닌텐도 '위'(Wii)에 이르기까지 근 30년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소비자들은 '메이드 인 스위스'나 '메이드 인 제팬'이라면 안심하고 삽니다. 반면에 중국은 어떻습니까? 싸다는 점은 인정받지만 품질, 성능, 기술 등에선 미덥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술부터 계란까지 못 만드는 가짜가 없고, 멜라민 등 각종 먹을거리 파동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괜찮은 제품이라도 중국에서 만들었다면 소비자들은 의심부터 하게 됩니다.
그럼 왜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는 걸까요? 이는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높은 나라 제품은 비싸고 그렇지 못한 나라 제품은 쌉니다. 범위를 좁혀 개인 간 거래를 생각해 봅시다. 친구끼리 단돈 몇 천원을 빌리면서 차용증서를 쓰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집을 사고팔 때는 다릅니다. 제3자(중개인, 법무사 등)가 관여하고, 매수자와 매도자는 철저히 따져가며 계약서를 씁니다. 매수자와 매도자는 신뢰관계 이전에 계약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전제된 거래와 그렇지 않은 거래는 비용에도 큰 차이가 생깁니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예컨대 다이어리를 살 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은 한 일본제를 사고 싶어합니다. 요즘엔 '메이드 인 코리아'도 일본제 못잖은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삼성, LG의 LCD TV는 일본제 TV보다 더 높은 신뢰를 얻고 있습니다. 야채, 과일, 김치, 쇠고기 등 먹을 거리도 '국내산'이 '수입산'보다 비싸도 믿고 삽니다. 이 같은 신뢰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신뢰라는 자본을 축적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됩니다. 광고만 많이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고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나 기업이나 이미지를 항상 중시합니다. 기아, 전염병, 가난, 쿠데타 등이 연상되는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가 최고급 제품을 만들 것으로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국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일본 제품만큼 가격을 받지 못하는 데는 긍정적인 뉴스보다 시위, 사고, 파업 같은 뉴스들이 해외 소비자들에게 노출되기 때문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에서 불신이 팽배하게 되면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부담할 필요가 없는 일종의 세금을 모든 경제활동에 대한 대가로 지불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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