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수준 끌어올리는데 1조7천억$ 소요"

입력 2010-08-16 10:14:18

대통령이 첫 공식 제기한 통일稅…논의 본격화되나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통일세 논의' 제안은 담론 수준에 머물렀던 통일을 국민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내고 막대한 규모의 통일 재원을 미리 준비함으로써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세 언급도 당초 원고에서 빠졌다가 이 대통령이 막판 되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과거 독일 통일에서 보듯 남북 통일에도 대단한 경제적 부담이 들어가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국민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본격 토론을 시작해보자는 의미"라고 대통령의 제안을 풀이했다.

이렇게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제안한 데는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권력 승계 과정에서 자칫 수년 내에라도 북한 체제에 급격한 변동이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일세가 북한을 자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측은 당장 세금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말로만 통일을 하자고 했지, 전문가 수준의 담론에서 논의가 맴돌았다"며 "지난 10년간 통일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집권 중반기를 맞아 논의를 제안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통일비용 추계치는 수백억달러에서 수조달러까지 자료를 내놓은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통일 시기나 통일 이후 정책 목표, 경제성장률 전망 등 '조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는 북한이 급격하게 붕괴할 경우 2040년까지 2조1천400억달러(약 2천525조원)에 이르는 '통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 1인당 5천180만원에 이르는 셈으로, 미래위는 이 같은 전망치를 지난 6월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랜드연구소 국제경제 전문가인 찰스 월프는 남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각각 2만달러와 700달러 수준이고, 인구는 남한이 4천800만 명, 북한은 2천400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북한을 남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1조7천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통일비용으로 545조8천억원을 추산했고, 조세연구원은 지난해 남북통일 후 20년간 GDP의 7~12%가 통일비용으로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의 경우도 통일 비용이 예상치를 훨씬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은 당초 590억유로를 예상했다가 지금까지 그 30배에 육박하는 1조5000억유로(2조 달러) 이상을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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