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델파이 지분 50% 누구에 팔릴까

입력 2010-08-16 10:33:31

S&T·코오롱·만도 등 눈독…노조, 사전협의 요구

대구지역 최대 자동차부품업체인 한국델파이㈜의 국내 지분 50%에 대한 매각이 2년 만에 재추진되고 있다.

한국델파이의 국내 주주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 HSBC는 16일부터 회계법인과 함께 델파이 지분매각을 위한 실사에 들어간다. 이들은 이달 말까지 실사를 마친 뒤 올 연말까지 지분매각 작업을 완료할 방침이다.

◆미국델파이 조건부 동의로 매각 재추진

한국델파이의 지분 구성은 지난해 말 현재 본사인 미국 델파이 지분(50%) 외 대우자동차 지분(27.24%), S&T대우(8.94%), 대우인터내셔널(7.70%), 대우조선해양(6.12%) 등 옛 대우계열 지분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델파이는 2008년부터 지분매각이 추진됐으며 그동안 델파이, S&T대우, 지역 자동차부품업체 등의 인수가 거론됐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노사갈등 등의 영향으로 중단된 바 있다.

매각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한국델파이의 지분 50%를 보유한 미국델파이가 최근 미국을 방문한 국내 주주와 매각주간사 측에 지분 매각에 조건부로 동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부터다.

미국 델파이는 국내 주주들의 주식 매각에는 동의하지만 자신들이 지목한 경쟁사가 지분을 인수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인수 부적격 후보리스트'를 매각 측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S&T그룹, 코오롱, 만도도 눈독

현재 한국 델파이의 매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S&T그룹과 코오롱, 만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매각이 대두될 당시 관심을 보였던 S&T그룹은 S&T대우와 S&T중공업 등 자동차 부품 업체 2곳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S&T중공업은 대우버스와 쌍용차 등에 차축과 변속기 등을 납품하고 있다. S&T대우는 차량엔진, 차량용 전장품 등을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 업체다. S&T그룹은 이들 두 회사에다 한국델파이까지 더해지면 자동차부품 전문 그룹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한국델파이 인수 성사 시 GM 매출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오롱은 자동차 관련 부문 매출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자동차 부품사 M&A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차량용 시트 등 자동차 내장재 제조업체인 코오롱글로텍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코오롱글로텍은 국내 자동차시트 원단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만도는 고객사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한국 델파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2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의 지난해 매출액이 2조7천27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7년 58.8%에 달했던 현대기아차 매출 비중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62.1%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더욱이 주력 사업인 제동·조향 부문에서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경쟁관계에 있어 현재와 같이 안정적으로 물량을 확보하기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만도의 GM대우 매출 비중은 20% 수준이다.

◆노조, 고용승계 보장 등 사전 협의 요구

하지만 한국델파이 노조는 16일 회사 실사단이 회사를 방문하면 출입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노조 측은 매각을 위해서는 사전에 노조와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매각시 ▷고용승계 보장 ▷회사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비전 제시 ▷투기자본의 일부 공장분할 매각 반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한국델파이는 연평균 매출이 1조원에 달하는 대구를 대표하는 자동차부품업체로 1984년 10월 대우자동차부품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사와 공동 출자해 설립됐다.

주로 전장부문과 조향장치, 브레이크 등을 공급하며 2008년 1조1천억원의 매출과 39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7천200억원 매출에 당기순손실로 수익이 하락했다. 과거 GM의 부품사업 부문이던 델파이는 주요 공급처가 GM(한국은 GM대우)이다. 1999년 GM으로부터 분할했지만 지난해 GM 파산보호 신청 이후 위기를 맞았으나 현재 GM의 파산보호 졸업으로 실적이 회복되고 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