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정화조 비리 언제 정화될까

입력 2010-08-16 09:14:03

대구 정화조 업계가 허위 영수증 발급과 오물 수거량 조작 등으로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본지 보도(7월 21·22·23일자 4면) 후 대구시가 지난달 8개 구·군청과 함께 정화조 업계 68개소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 25개 업체를 적발했다. 시는 오물 수거량을 부풀리고 영수증을 조작한 24개 업체에 대해서는 각각 과태료 100만원씩을 부과했다.

하지만 시의 의욕적인 감사에도 결과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8개 지자체 감사 적발 실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수거량 조작 등은 해묵은 관행이라고 치부할 정도로 대구 정화조 업계에 비리가 만연해 있다는 것은 업계 내부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시 감사결과 업체 전부가 단속된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십여 개씩 업체가 난립한 지역인데도 단 1곳의 업체밖에 적발되지 않은 곳도 있었다.

A구청 정화조 담당자는 "정화조 담당 공무원의 업무 경력과 열의에 따라 적발 업체의 수가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며 "적발 건수가 적은 지자체는 정화조 공무원들의 업무 경력이 3개월 정도로 짧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귀띔했다.

특히 정화조 업계의 비리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업계는 모든 정보를 서로 공유했다. 공무원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취재 착수 때부터 취재를 마칠 때까지 동선은 물론 취재내용, 질문 사항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대구 정화조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듯 서로 모른 척하거나 알고도 눈감아 주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구청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우리는 절대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다"며 구청과 짜맞춘 듯한 얘기만 늘어놨다.

업계와 담당 공무원들의 자세 변화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업계의 해묵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보도 후 각 지자체는 정화조 관련 조례 제정과 개정을 추진 중이고 계약방식도 수의계약에서 공개 입찰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다.

정화조 비리 기사가 나간 직후 한 정화조 업체 사장이 들려준 말이 귀에 생생하다. "언젠가는 터질 문제였는데, 오히려 지금 불거진 게 다행입니다. 더 곪았으면 더 큰 화가 미쳤을 것입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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