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실에 앉아 있으면 갖가지 공모전 관련 우편물이 날아든다. 인지도가 높고 공신력이 있는 협회에서 발송한 것도 있고 잘 들어보지도 못한 단체에서 발송한 것들도 있다.
공모전은 주최 측에게는 작가 발굴의 통로가 되고 미술인에게는 자기검증을 위한 도전의 기회가 된다. 평소 마음먹기 쉽지 않은 대작을 시도해 봄으로써 기량과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새롭고 참신한 소재에 접근하며 자신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도 한다. 그것이 공모전의 역할이라면 현재 공모전은 그 역할을 잘 해내고 있을까.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절한 기회를 통하여 자신의 작품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나도 몇 년 동안 공모전에 열정을 쏟은 적이 있다. 대작을 하나 완성하기 위해 몇 달 넘게 이젤 앞에 꼼짝없이 앉아 있기도 했다. 완성되어가는 작품을 보며 흐뭇한 마음에 피곤도 잊었었다. 어떤 때는 자만에 빠져 당연히 입상의 기쁨을 미리 누린 적도 있다. 그 기대와는 달리 낙선할 때도 있었고 생각보다 큰 상을 받아 가슴 설레기도 했다.
공모전 초기에는 결과에 마음을 졸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담담해져 갔다. 그러면서 입상과 상관없이 준비하는 동안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면 낙선해도 그리 억울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하나둘 완성해 나가면서 새로운 기법을 터득하고 작품 속에 빠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시간이 행복했다. 과정이 결과보다 더 가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당장 성과가 없다 해도 서운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든 일을 결과로 평가하고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과정은 뒷전이고 결과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다소 편법을 쓰거나 반칙을 하고도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공모전 비리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공모전의 심사가 작가의 예술적 작품성에 우선하지 않고 학연과 인맥 등의 연고 심사라는 말들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한편으로는 공모전의 목적마저 의심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권위가 추락한 공모전에서 상을 받으면 수상자들도 마음은 공허하고 찜찜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응모하게 되는 것은 보이는 것만 인정하려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의식의 전환이 없고서는 공모전의 의미는 갈수록 반감될 것이다. 본질이 왜곡되고 스스로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진정한 예술이라 할 수 없다. 공모전이 그 본래의 역할로 되돌아가도록 자성의 노력을 기울여 예술의 권위와 품위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화가 노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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