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정은(27'여) 씨는 지난주 난생 처음 자가운전으로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 쥐꼬리 같은 월급을 쪼개고 쪼개 최근 중고차를 장만했기 때문이다. 아직 차가 없는 직장 동료를 태우고 당일 일정으로 밀양 얼음골로 향했다.
얼음골과 영남의 알프스의 표충사 일대를 둘러보며 자가운전 여행의 즐거움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호젓한 국도를 타고 대구로 돌아오던 길. 오르막길이 있어 가속페달을 밟아 올라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온도 계기판 바늘이 쭉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폭염에 '차가 더위를 먹었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오르막길이라 페달을 밟은 발을 떼지 않고 속도를 높였다. 무사히 오르막길을 올라 청도로 진입하는 도로를 건너는데 갑자기 보닛 쪽에서 몽실몽실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황해서 길가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SOS를 쳤다. '냉각수가 부족해서 엔진이 과열돼 생긴 현상이니 냉각수통에 냉각수를 넣어주면 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답이 왔다.
시골 길가에서 냉각수를 살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지만 먹다 남은 콜라를 냉각수통에 들이부었다. 콜라를 먹고 힘을 냈는지 다행히 별 이상이 없이 차량이 움직였다. 김 씨는 다시 창밖으로 보이는 시골풍경에 흠뻑 취해 드라이브의 참맛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팔조령터널을 지나 대구에 도착했을 때쯤 갑자기 엔진 시동이 꺼져 버렸다. 보험사 출동서비스의 도움으로 단골 카센터에 차량수리를 맡길 수 있었지만 "엔진교체 비용이 100만 원이 넘는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까무라칠 뻔했다. 냉각호스가 터져 엔진이 손상돼 이를 교체해야 한다는 카센터 직원의 설명이었다. 차량관리를 잘못한 탓에 즐거운 휴가까지 망친 김 씨는 앞으로 몇년간 여름 휴가를 집에서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름철 가장 흔한 사고 중 하나가 엔진과열 현상. 냉각계통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다. 이럴 경우 즉시 안전한 곳으로 차량을 주차해야 한다. 보험회사의 출동서비스를 받으면 가까운 정비소까지 견인할 수 있으므로 도움을 받아 차량정비소에서 점검을 받아야 한다. 만일 이를 무시하고 주행을 감행한다면 냉각호스가 터질 우려가 높고 호스가 터질 경우 엔진이 손상돼 많은 수리 비용을 물어야 한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이순우 교수는 "냉각수는 고장이 아니더라도 증발로 인해 조금씩 줄어든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기본적인 점검으로 보닛을 열어 냉각수 보조탱크의 냉각수가 L과 F사이에 위치하는지 확인해야 하고 연식이 오래된 차량의 경우에는 호스가 낡아서 냉각수가 새지 않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교수는 또 "냉각수 보충은 순도가 높은 증류수나 수돗물을 사용해야 하며 시냇물이나 우물물, 콜라, 음료수 등에는 산이나 염분, 불순물이 포함돼 있어 냉각계통을 금방 부식시켜 엔진과열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증류수는 돈을 들여 구입해야 하므로 수돗물이나 여름철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에어컨에서 나온 응축수를 받아두었다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덧붙였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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