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불공정한 '독도 게임' 방관한 국회

입력 2010-08-12 09:43:19

국회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위원장 강창일)가 11일 '한일회담·독도 등 영토 관련 비공개 문서 공개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소속 의원들이 대거 불참해 의결정족수도 채우지 못했다. '독도특위'는 전날 독도를 방문해 결의안을 채택하려고 했으나 태풍 '뎬무'로 인한 기상 악화로 방문하지 못했다. 일본에 보란 듯이 독도 현지에서 추진하려던 주권 활동이 이틀 사이 금방 시들해진 것이다.

특위가 결의안을 처리하지 못한 핵심 이유는 일본 간 나오토 총리의 '사과담화' 이후 일본을 자극하지 말자는 여론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본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한국의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경북도민이 살고 경찰이 지키고 있는데도 틈만 나면 독도를 호시탐탐 노리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증폭시킨 것이다.

독도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냄비 근성'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저들의 선제 공격에 따라 이리 비난하고 저리 비난하는 자세는 국제사회의 호기심만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모두 공감하고 있는 터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정치권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결의안 채택 의지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이런 자세가 문제점으로 꼽히는 이유는 결의안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결의안은 한·일 양국 정부에 한일회담 및 독도와 관련한 비공개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독도 관련 문건을 100% 공개하고 있지만 일본은 20%밖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카드 게임과 비교하면 우리 패는 저들이 훤히 알고 있으나 저들 패는 10장 중 2장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게임 자체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정한 게임을 하기 위해 패를 모두 공개하자는 결의안 채택을 정치권이 미룬다면 앞으로 독도 문제는 일본에 계속 끌려다녀야 할 판국이다. 16대 국회에선 독도 관련 국회의원 모임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17대 후반 들어서는 관련 모임이 모두 사라졌다. 그러다 18대 국회에서 독도특위를 발족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특위의 첫 행보가 이렇게 소극적이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