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수능 D-100일이다. 수능 시험일인 11월 18일을 향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고3들에게 지금은 가장 힘든 시기다. 폭염과 열대야에 공부에 지친 심신은 더 피로하다. 이 땅의 고3들은 D-100일을 어떻게 맞고 있을까. 대구 4개 남·녀 고교에서 고3 학생 4명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이 목표인 학생들. 그러나 이 순간이 불안하고 힘든 것은 또래들과 다르지 않았다. '교과서에 충실했어요'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공부습관과 자기주도적인 학습 태도가 있었다. 고 3이든 아니든 학생 누구나 귀담아들을 만한 보편적인 공부방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경일여고 안정아 양
"후배들한테 체력을 꼭 키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안 양은 고3 여름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몸이 지치니까 잠도 더 오고 식욕도 당기지 않는다. 안 양은 서울대 사회과학대를 목표로 수시와 정시 준비를 함께 하고 있다. 내신은 3년 내내 1등급, 모의고사 성적은 백분위 99%를 넘는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여느 고3처럼 방학이 없다. 교내 자습실에서 오후 10시까지 공부를 마치고 나서야 귀가. 12시가 돼서야 잠이 든다. 힘들 땐 TV도 한 시간씩 본다. 안 양은 "스트레스 푸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수능이 코앞에 닥친 요즘 실전처럼 공부하고 있다. 수능 첫 교시가 언어영역이기 때문에 비문학, 소설·시 파트를 아침 자습시간에 공부한다. "고1때만 해도 언어영역은 시간이 많이 부족했어요. 기출지문을 꾸준히 요약해보면서 독해 시간을 줄였어요."가장 취약한 과목으로 꼽은 수리는 취약한 단원을 골라 집중적으로 정리하고, 외국어 듣기는 어려운 문제를 골라 푼다. 9월은 수시 원서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8월에 국사와 제2외국어를 1순환하고, 10월에는 EBS실전모의고사로 전 과목을 정리할 계획이다. EBS 교재에서 70% 이상 출제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안 양은 "EBS문제가 결국 다른 문제집에서도 나온다. 고득점을 위해선 EBS교재만 맹신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언="학교 수업 충실하자. 내신 공부, 수능 공부 따로 아니다."
◆대건고 최성범 군
"공부 자체에서는 스트레스를 별로 안 받는데, 고3 생활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큰 것 같아요."최 군은 왜 최상위권이 아니고 나처럼 '평범한' 학생에게 이런 인터뷰를 하느냐고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최 군은 공교육식 수능에 가장 열심인 학생이었다. 성적은 내신 3등급대, 모의고사 92%가량.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나 물리학과를 목표로 수시 2차 전형과 수능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담임선생님과 상의해보고 수능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9, 10월에 서강대나 다른 대학에도 원서를 내볼까 해요."
논술로 대학가기를 선택했지만, 준비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논술을 시작한 것은 고3 초기부터."논술은 최상위권 애들만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논술 문제 중에는 교과서에서 나오는 것도 많았어요. 후배들한텐 미리 논술을 준비하라고 해주고 싶어요."책 읽기를 좋아한다는 최 군은 지난겨울 읽은 '우아한 우주'(The elegant universe)를 재미있었던 책으로 추천했다.
외우는 걸 잘 못한다는 최 군은 외국어와 언어영역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들였다. "외국어는 듣기에 치중해 80점대로 올리고, 언어는 한 지문당 5분 이내로 푸는 연습을 해야죠." 최 군은 "6월 모의평가를 쳐 보니 EBS문제가 반영되긴 했는데, 대다수는 기출문제 중심인 것 같더라"며 "70%가 EBS교재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EBS 수리영역 교재만 10권이나 된다"고 걱정했다.
조언="논술로 대학가기, 고3이면 늦다. 미리부터 준비하자."
◆대구여고 박성현 양
"여름이 되니까 체력이 많이 떨어져요. 그래서 걷기나 줄넘기로 체력을 보강하고 있어요."3학년 학기 초에는 긴장을 했지만, 요즘엔 조급해한다고 되는 것 아니니까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있다고 했다. 박 양의 목표는 서울대 자율전공학부 수시와 정시. "붙으면 무조건 가야 하니까" 수시 원서는 서울대 한 곳에만 낼 거라고 했다. 성적은 내신 1등급에 모의고사 95%이상.
박 양은 전 과목에서 고르게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언어 영역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유리할 것 같다며 "교과서 외에서 출제되는 시나 한자가 많은 고전시가 지문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내 경우는 비문학 파트에서 과학기술지문이 나오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언어 지문을 요약·분석해 전체 주제를 도출하는 연습을 1학년 때부터 꾸준히 했다. 사회탐구 영역에선 국사가 어렵다고 했다. 서울대 경우 국사, 정치, 윤리, 사회문화를 선택해야 하는데, 하나만 틀려도 2등급이 되기 때문. 박 양은 나만의 노트정리를 전략으로 제시했다. 노트 정리 때 중요한 건 유형별 정리. 지문을 바로 읽고 답을 맞추는 사실 확인형 문제와 문법 문제 등은 같은 유형끼리 모으는 것이다. 수학 역시 오답 노트가 필수라고 했다. EBS 교재 반영률에 대해선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EBS 교재 지문이 그대로 나오거나, 듣기 지문이 쓰기 지문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조언="저학년 때 책을 많이 읽자. 수업시간에 충실하자."
◆경신고 김준식 군
"2학년 때까지만 해도 새벽 2, 3시에 잔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고3 담임선생님이 '효율이 떨어지니까, 절대로 그러지 마라'고 하신 후부터는 12시 전에 자려고 노력해요."
김 군은 연세대 수시 2차 진리자유전형과 고려대 논술 전형 합격을 목표로 수능 준비를 하고 있다. 전교 학생회장인 이력을 살려 리더십 전형에도 원서를 내 볼 계획이다. 내신은 전교 30~40등 사이로 3등급, 모의고사 성적은 94% 이상. 이과 학생이면서도 언어 영역 성적이 좋다. 50문제 중 많이 틀려야 2개. "언어 영역은 분석도 중요하지만 지문을 빨리 읽고 맥락을 캐치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어는 스피드니까요."타 영역에 비해 성적이 덜 나온다는 수리 경우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문제집 2, 3권을 개념서로 정해 단권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제만 봐도 해법이 떠오를 정도로. 외국어는 문법을 다지고 독해 속도를 향상키는 걸 스스로의 과제로 삼았다. EBS교재 출제 경향에 대해선 신뢰한다는 편이었다. "친구들 대부분이 EBS 교재 전 권을 다 샀어요. 실제로 6월 모의평가에서 EBS 작품이 그대로 나온 영역이 많았습니다. EBS교재 다 푸는 것만도 벅차요."수능 준비에는 평가원 중심의 기출문제집을 많이 풀어볼 것이라고 했다. 문제집 자체를 단권화시키는 게 특히 과학탐구 영역 경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조언 = "새벽까지 공부한다면서 수업 시간에 졸지 말자. 대단히 비효율적이다."
글·사진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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