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암칼럼] 도요토미 우엉과 교육감 봉투

입력 2010-08-09 10:38:52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의 '뇌물' 반환 공개 파문을 싸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6명의 교장, 장학사, 업자들이 들고 왔었다는 봉투와 고급 볼펜이 뇌물인지 인사 수준의 '선물'인지는 돈 봉투의 액수 규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가늠 잡기 어렵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예(禮) 수준의 작은 선물이나 '용채'는 주고받는 사람의 인간관계에 따라 때로 미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예(禮)나 '인사'의 수준을 넘어서거나 불순한 딴 뜻이 있을 때다. 우 교육감이 내쳤다는 봉투의 경우 뜯어보지도 않고 내쳤으니 일단 금액 기준으로는 뇌물 여부를 따지기 어렵지만 인사 청탁의 언질이 따랐다면 액수가 많든 적든 '뇌물'이 되고 봉투를 내친 교육감의 처신은 옳았다.

그러나, 이번 봉투 파문을 보며 대구 시민으로서 느껴지는 감(感)은 왠지 찜찜하다.

본란은 언젠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우엉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도요토미가 나가하마의 성주(城主)가 됐을 때 고향 나카무라(中村) 주민들이 축하 선물로 도요토미가 즐기던 우엉을 들고 가자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주니 고맙다'며 흔쾌히 받은 뒤 상사인 노부나가에게 나카무라 주민들에게 세금을 면제해 달라고 청원해줬다. 여기까지는 예(禮) 차원의 선물로 받아들인 경우다.

그 뒤, 도요토미가 간바쿠로 승진하자 이번엔 고향 주민들이 선물은 벼슬 높이에 걸맞아야 한다며 비단을 들고 갔다.

그러자 도요토미는 "나도 사람이라 벼슬이 높아지면 초심을 잊고 사치해지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때마다 옛 고향의 우엉을 생각하며 절제했다. 그런데 이제 너희가 비단을 가져온 걸 보니 살 만해졌구나, 그럼 다시 면제했던 세금을 내라."

이 경우 도요토미는 우엉은 선물로 인정했지만 비단은 뇌물로 본 것이 되고 우 교육감의 경우는 봉투와 볼펜을 처음부터 우엉이 아닌 비단으로 봤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우 교육감은 누가 준 것인지는 밝히지 않겠다며 벌하지 않았고 도요토미는 다시 세금을 내라며 벌을 내렸다. 상반된 처리를 한 셈이다.

우 교육감의 뒤처리가 옳다 그르다는 얘기가 아니다.

굳이 집안 이야기를 바깥 언론에까지 밝힌 것이 과연 교육도시라는 우리 지역 사회, 특히 절대 다수 충직한 교장, 교사들의 교권과 명예에 과연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냐는 것, 그리고 덮어 버릴 거면 애당초 밝히지도 않았어야 했다는 '실수'를 충고하자는 것이다.

'청렴도 꼴찌'의 불명예를 씻고 가겠다는 의지, 부하들 이름까지 밝히지는 않겠다는 배려의 뜻은 좋다.

그러나 공개 전에 그 봉투가 우엉과 같은 축하 인사 수준의 예(禮)였는지, 예(禮) 수준이었다면 바깥 소문 없이 받든 돌려주든 했어야 했고, 뇌물 수준으로 확인이 됐다면 도요토미의 '면세 박탈' 같은 단호한 조치를 내리는 것이 온당했다고 보는 것이다.

우 교육감이 지난 교육감 선거 때 친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은 공식 후원금은 모두 4억 3천862만 원이었다. 이 중 고액 후원금은 1억 350만 원으로 21명으로부터 1인당 평균 490만 원을 후원받았었다.

업자가 주려 했다는 몽블랑 볼펜(120만 원짜리)의 4배다.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지만, 선거 때 주면 많은 돈도 '성의'고 선거 후에 주면 액수가 적어도 '뇌물'이란 논리는 뭔가 이치가 안 맞긴 하다. 그래도 이젠 나쁜 관행은 뿌리 뽑아야 한다.

큰일 하다 보면 누구나 작은 실수나 오해는 나올 수 있다.

우 교육감의 충정과 진심을 믿고, 수사니 감사(監査)니 더 이상 우리 지역과 교육계에 득될 게 없는 소모적 논란은 덮자.

깨끗하고 미래 지향적인 대구 교육의 앞길이 바쁘다.

김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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