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구미 재창조

입력 2010-08-07 07:21:11

'신라에 불교를 처음으로 전한 초전법륜 성지가 있는 곳, 신라 최초 비구니 스님으로 알려진 사씨(史氏)가 태어난 곳, 후삼국 통일과 고려 개국의 시발점이자 왕건과 후백제군의 최후 결전인 일리천(一利川) 전투가 벌어진 곳, 조선조 통치 철학이 된 유교를 발흥시킨 곳, 조선조 인재의 반을 차지한 그 영남 인재의 반을 배출했다는 곳, 100년 전 일제에 맞선 의병 활동으로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로 순국한 허위 선생이 태어난 곳, 새마을운동'산업화의 주역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넓은 공단을 가진 곳….'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이런 문구는 바로 구미(선산)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다.

평균연령 32세로 전국 두 번째 젊은 도시이자 국내 도시 중 최상위 경제 관련 지표들(지역내총생산'수출액'수출흑자 규모 등)을 가진 곳이 구미다. 과거 작은 시골 간이역이 있던 곳에 불과했던 구미. 2008년 시 승격 30주년에 이어 2009년 공단 조성 40주년, 2010년 8월 인구 40만 명 돌파(예정) 등 외형적으로는 퇴보라곤 모르던 그런 공단도시로 각인되는 곳이다.

이 때문에 혹자는 "대구와 포항은 '떠나는 도시'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구미는 '찾아오는 도시' '구미가 당기는 구미'로 변모하고 있다"며 장밋빛 선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황과 경기 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삼성'LG 등 일부 대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 연구 인력의 대규모 수도권 유출, 근로자 수 감소, 롯데'E마트 등 서울 대형 유통 업체의 진출에 따른 중소 영세 업체의 줄 잇는 휴폐업, 서비스 업종 종사자들의 서해안'수도권 이동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이러한 즈음 구미를 걱정하는 전문가와 교수, 경제 단체 간부 등 5명이 대구경북연구원과 함께 '구미(龜尾)를 구미(口味) 당기게 하는 도시로, 어떻게?'란 부제를 단 '구미 재창조'를 펴냈다. 산업'경제'문화'예술'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모두 80가지 이야기로 나름 구미를 진단하고 구미 발전을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구미의 어려움을 풀어줄 요술 방망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고, 부뚜막 소금도 넣어야 짜며,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 필자들의 고민처럼 40만 시민 모두 지혜를 모을 때 구미는 다시 '찾아오는 도시'가 되고 '구미 당기게' 될 것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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