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과 전문성 살린 5人의 성공담
청년 실업 100만 명 시대. 하반기 취업 시즌을 앞두고 굳게 닫힌 구직시장을 열기 위한 취업 전쟁이 한여름 무더위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인턴으로 잠시 떠났던 구직자들과 해외파들의 귀환 등으로 인해 취업문 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조건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전문화되면서 차별화된 스펙을 쌓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스펙의 전문화라는 새로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이 실무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스펙을 가진 구직자들을 선호하면서 이에 맞춰 전문화된 스펙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늘고 있는 것. 취업 관련 전문가들은 "갈수록 분업화, 전문화하고 있는 요즘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취업 5종세트로 불리는 토익 점수, 자격증, 인턴 경력, 봉사활동, 어학 연수 등을 준비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전문성을 살린 스펙 준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충고한다. 전문화된 스펙을 갈고 닦아 취업에 성공했거나 준비 중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우물만 판다', 최고의 스펙은 전문성
영진전문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권지은(24·여) 씨는 현재 네트워크 분야 최고의 자격증인 시스코(Cisco)의 CCIE 자격에 도전하고 있다. 3단계로 이뤄진 네트워크 자격증 중 1, 2단계를 모두 합격했고 마지막 단계인 CCIE 보안분야 필기에도 이미 합격해 오는 9월 초에 있을 실기시험만 남겨 놓고 있다.
권 씨가 어렵다는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 도전한 것은 최근 쇼핑몰과 포털 업체의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해 정보 보호와 네트워크 보안에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더구나 국내에선 CCIE 자격을 보유한 사람이 800여 명밖에 안 돼 희소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인문사회계열 전공이지만 환경오염 방지기술 등 공학 전문 분야 저서 4권과 특급감리를 포함한 기술자격 30여 종을 보유, 정년에 관계없이 엔지니어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부친의 영향도 컸다.
그러나 그가 네트워크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5년 자격증 준비 중 수면 부족과 체력 저하로 휴학과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2007년 CCNP 자격 실기시험은 시스코가 인증하는 시험장이 국내에 없어 일본에 가서 8시간 동안 시험을 봤는데 체력도 문제이거니와 응시료만 160만원에, 시험에 필요한 장비 대여와 왕복 항공료 등 1천여만원이 들었다. 권 씨는 "혹독한 취업난을 뚫기 위한 비장의 무기가 평범해서는 안 된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분야에서 꾸준히 도전하는 것만이 취업 성공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돈 없어도 스펙 쌓는다'
민아영(23·여) 씨는 대학 4학년생이지만 벌써 꽤 알려진 패션 매거진 에디터다.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패션이 좋아 대학 1학년 때부터 여성 의류 브랜드의 품평회, 매장조사요원으로 활동하거나 의류 및 브랜드 홍보 도우미로 나서면서 패션 관련 실무감각을 익혀왔다. 학원 한 번 가지 않았지만 패션과 관련한 스펙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것. 이미 2008년 전국 대학생 해외마케팅전략 경진대회(한국무역협회 주최)에 아랍권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명품 차도르를 제안해 동상을 수상하는 등 이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실력파다. 현재 모 패션 잡지에 패션 및 뷰티 관련 기사를 쓰고 발로 뛰며 패션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다.
패션 관련 스펙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패션과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봉사활동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국외 봉사활동(필리핀), 학교 홍보대사 해외연수(일본, 대만 등) 참가, 한국무역협회 아이디어인턴 활동, 신한은행 대학생 홍보대사 활동, 아시아나 승무원 체험교실 참가, 교내 외국인 학생 도우미 활동 등 기회가 생기는 대로 봉사활동에 자원했다. 2007년에는 학교에서 실시하는 국외 봉사단에 지원해 12박 13일 동안 필리핀 카비테시에 위치한 릭통초등학교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패션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 국제감각, 경제, 무역 등 다양한 배경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펙을 쌓기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고 학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주위에 잘 찾아보면 돈이 없어도 원하는 분야의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학원 수강 등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보다 폭 넓고 전문화된 스펙을 쌓을 수 있습니다."
▶취업동아리 활동으로 스펙 쌓기
지난 6월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해 액정생산검사 업무를 맡고 있는 정동민(23) 씨는 학창시절 전공동아리 '로보'에서 익힌 전문지식이 현업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정 씨는 "대기업 생산현장은 완벽하게 자동화가 돼 있기 때문에 자동화 기기에 대한 지식이 중요하다. 학창시절(영남이공대학)에 가입한 전공동아리에서 자동화 관련 지식을 배울 수 있어 취업은 물론 취업 후 현장 적응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입사하고 싶은 기업과 직종을 일찍 정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도 스펙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 "대학 입학 때부터 LG 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고 싶었고 이 기업의 인재상이 열정, 전문성, 팀워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정 씨는 "전문성과 팀워크를 배울 수 있는 곳은 전공동아리란 생각에 적극적으로 활동한 결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 씨는 "남들이 하는 방법과 똑같이 해서는 원하는 취업을 하기 어렵다. 자격증이 중요하다고 해서 이것저것 따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미리 정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목표 설정 빠르면 스펙의 질이 달라진다
"증권업으로 가야겠다는 목표를 대학 1학년 때 정했고 그 방향으로 관심을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관련 자격증 등을 꾸준히 준비해 원하는 직장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동양종합금융증권에 근무하고 있는 이재석(27) 씨는 대학 입학 때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아 전공 교양과목 중 80% 이상을 금융·경제·경영 분야로 수강하는 등 자신이 원하는 과목에 열중했다.
학업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 실전으로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기도 했다. 투자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경제와 친해질 수 있었고 실전에 강한 전문성을 배울 수 있었다. 또 투자동아리(VIP) 활동도 전문화된 스펙 쌓기에 도움이 됐다. "투자동아리에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우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또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를 함께 이길 수 있었던 것도 동아리 활동의 장점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지만 이 씨의 스펙 쌓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자산관리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채권, 주식, 펀드, 선물옵션과 PT스킬 등을 배우고 있다.
"정형화된 스펙 준비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그 기업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본 뒤 관련 스펙을 준비한다면 취업 문이 쉽게 열릴 것입니다."
▶자신에게 맞는 스펙이 경쟁력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취업 관문을, 그것도 국내 굴지 대기업의 취업 관문을 2차례나 뚫고 당당히 취업과 이직에까지 성공한 임호준(27) 씨. 그의 화려한 이력을 가능하게 한 비결은 '뚜렷한 목표의식'과 '나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임 씨는 지난해 초 다니던 대한항공을 그만두고 1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코스콤 네트워크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두 번이나 취업할 수 있었던 임 씨만의 필살기는 바로 자신에 대해 잘 아는 것이다. "스펙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단지 이력서에서 보여주기 위한 스펙은 진정한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업에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이 같은 생각에 임 씨는 학창시절(영남대 정보통신공학과)부터 취업 프런티어 기자단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맞춤형 스펙 쌓기에 나섰다. 특히 다양한 해외경험이 좋은 스펙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업들도 다양한 해외경험과 국제화된 마인드를 중요한 스펙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해외로 나갔다. 피지, 호주, 말레이시아로 4개월 동안 여행을 가기도 하고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또한 학교에서 배낭여행 경비를 지원하는 'Window To the World'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를 탐험했고 체코, 오스트리아, 이집트, 일본, 홍콩, 캄보디아 등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어학연수보다 여행을 많이 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를 누비며 여러 나라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영어 실력이 늘고, 새로운 환경에서 색다른 문화를 접하다 보면 시야가 넓어지고 포용력도 커집니다. 물론 자기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습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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