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정책 르네상스 꿈꾸는 '여성정보지'

입력 2010-08-07 07:42:38

'희망 대구 행복 여성' 창간호 발간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는 최근 여성정책 전문지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는 최근 여성정책 전문지 '희망 대구 행복 여성'을 창간했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 연구원들의 회의 장면.

"대구 여성의 활동과 여성정책이 미진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홍보 매체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번 '희망 대구 행복 여성'을 통해 많은 대구 여성들과 만나는 동시에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갈 겁니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는 지역 여성계의 이슈와 여성계 소식 및 여성정책 동향을 다루는 정책정보지 '희망 대구 행복 여성' 창간호를 지난달 말에 펴냈다. 이는 여성계가 3년 전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오던 것으로, 연 2회 발간할 예정이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장인 계명대 여성학과 강세영 교수는 이번 창간을 두고 '대구 여성의 르네상스'라고 설명했다.

"대구가 여성정책 분야가 여러모로 약해요. 그것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유하면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대구시의 정책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고 그 정책이 실행되고 있는지 감시할 수도 있죠. 장기적으로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겁니다."

'희망 대구 행복 여성'의 표지글은 1907년 1월 결성된 대구 남일동 패물폐지부인회 취지문을 싣고 있다. 창간호의 표지글. 이것은 그 상징성이 크다.

'국채를 갚으려고 2천만 동포들이 석 달간 연초를 아니 먹고 갚을 돈을 구한다 하니 어찌 아니 감동되며 어찌 아니 아름다우랴. 그러나 부인들은 논외로 한다니 여자들은 백성 아닌가. 태산이 흙덩이를 사양치 아니하듯이 부인들은 우리가 가진 패물 등속으로 국채를 깨끗이 갚음이 어떠하리오.'

당시 여성들의 결연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문구들이다. 요즘 대구 여성계는 저마다 뿔뿔이 흩어져 활동하지만 언제든 뭉칠 수 있는 저력이 흐르고 있다. 이것을 1900년대 초 대구 여성의 역사에서 확인하고자 표지글을 선택했다. 이제 그것을 되살려야 한다는 의미에서 '대구 여성의 르네상스'를 화두로 삼은 것이다.

그렇다면 대구 여성계가 결집해야 할 주제는 무엇일까. 창간호에서 다루고 있는 기획특집은 '대구여성재단 설립'이다.

김선희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대구는 여성정책의 전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조정기관 및 연계기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광역 단위의 독립적인 여성가족정책 연구기관은 8군데나 있는 데 반해 대구에는 지속적인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이 없고 2009년부터 대구시의 위탁으로 1년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연구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는 이를 위해 대구 여성계의 두 축인 대구시여성단체협의회와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뜻을 모았다. 여성계의 단합된 힘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강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대구 여성 지도자의 발굴 미비를 안타까워했다. 대부분 수도권 중심으로 여성 연구가 이루어지다 보니 대구 출신 여성 지도자들이 역사의 뒤편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대구 여성 지도자는 의외로 많다. 지역에는 신명여고, 경북여고 등의 여학교들이 여성계 인물들을 배출해왔다.

2000년대 초 전국적으로 지역 여성사를 재조명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대구는 아직 지역 여성사에 대한 정립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사료는 풍부하지만 이를 하나로 엮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 이 또한 앞으로 만들어지게 될 대구여성가족재단의 과제다.

이번 창간호에는 '대구여성재단 설립 및 대구여성플라자 건립'에 관한 특집기사 이외에도 지난해까지 운영된 대구여성네트워크포럼을 일반인에게까지 확대 개편한 지역여성네트워크 '대구여성포럼'의 상반기 운영내용, 지역 여성계 동향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지역을 비롯해 전국의 여성 관련 단체에 500여 부가량 배포될 예정이다. 임현희 책임연구원이 정보지 발간을 담당했다. 표지로 행복한 대구의 풍경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것은 여성이 행복해질 때 진정 행복한 도시가 된다는 의미다.

강 센터장은 이번 정보지 발간이 대구 여성계에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역의 한 여성 인사는 여성 이슈가 사라진 지난 6·2지방선거 과정을 지켜보고는 매우 실망스러워했죠. 그리고는 '다시 여성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성운동의 역사를 볼 때 민주적이고 성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집단적 자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 이슈를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데 앞장설 겁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는 대구시 여성가족정책 추진과 대구여성의 삶의 질 향상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대구시 보건복지여성국 여성청소년가족과 위탁사업으로 지난해부터 설치, 운영되고 있다. 첫 해에는 경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대구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계명대 여성학연구소가 연말까지 운영한다. 현재 강세영 센터장을 비롯해 이미원 수석연구원, 김선희·임현희 책임연구원, 송승숙 연구원 등 5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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