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아저씨

입력 2010-08-05 08:11:37

농익은 감성 연기 원빈, 초절정 실감액션 관객몰이 하이킥

킬링 머신으로 훈련된 한 사내가 있다.

전직 살상전문 특수요원인 차태식(원빈).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자신만의 공간인 전당포에서 숨은 듯이 살아가고 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그냥 '아저씨'라고 부른다. 말 없는 그의 유일한 말벗은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 뿐이다.

소미의 엄마는 마약으로 절어 있다. 딸을 방문 앞에 세워놓고 투약할 정도. 엄마의 정도 받지 못한 소미는 유일하게 태식을 따른다. 태식은 소미와 가끔 밥도 먹고 대화도 나누며 마음을 조금씩 열어간다.

그러나 어느 날 조직의 마약을 몰래 빼돌린 엄마 때문에 소미와 엄마가 함께 납치당하게 되고 이를 목격한 태식은 소미를 구하려 하지만 오히려 마약 사건에 깊이 연루돼 경찰의 추적을 당하게 된다.

소미의 행방을 찾아다니면서 마약 조직의 악랄한 장기매매 행태를 접한 태식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고, 전 동료에게 총을 구한 태식은 피비린내 나는 복수에 나선다.

의협심 강한 한 남자의 목숨을 건 복수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슴을 울리는 통속 드라마다. 강호에 은거한 고수가 마침내 칼을 드는 순간, 날뛰던 악당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든 방자함이 톡톡히 쓴 맛을 보게 된다는 스토리다. 프랑스산 액션물 '레옹'이나, 토니 스콧 감독의 감성 액션물 '맨 온 파이어' 등이 모두 이 같은 정서에서 출발한 영화다. 지독히 평범한 이름의 영화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열혈남아'의 이정범 감독이 끌어가는 영화의 지향점은 송곳처럼 날카롭다. 마지막 대 복수극을 위해 치밀한 드라마 대신 폭발력 강한 액션에 초점을 맞추었다.

소녀는 외롭고, 엄마는 인륜을 저버리고, 악당은 악랄하다. 거기에 주인공은 지극히 감성적이다. 치명적이게도 그가 너무 잘 생겼고, 너무 잘 싸운다는 것. 관객이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소녀와 아저씨의 교감은 설명도 없이, 장기 밀매조직의 악행을 나열한다. 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이 마약 배달에 동원되고, 조직에 반하는 아이들은 장기가 적출된 채 시체 안치소로 버려진다. 주인공의 분노를 관객이 모두 공감하는 공분(公憤)으로 만들기에 이만한 스토리가 없다. '아저씨'는 철저하게 액션을 위한 영화다. 헐거운 드라마, 단선적인 캐릭터 등을 거론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주인공 원빈은 '닌자 어쌔신'의 비나 '지. 아이. 조'의 이병헌과 달리 독보적인 액션 히어로의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복합적인 감정선을 잘 표현해 낸다. 분노와 슬픔, 외로움과 연민, 안타까움과 단호함 등 한층 깊어진 연기를 보여준다. 총과 칼을 번갈아 쓰면서 전광석화처럼 빠른 액션도 인상적이다.

이정범 감독의 액션 연출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태국의 국민 배우 타나용과 원빈의 대결은 관객의 몸에 칼집을 내는 듯 실감 넘친다. 특히 마지막 부분, 10여 명의 악당과 원빈이 대결하는 장면은 이제까지 한국 액션영화에서 보지 못한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이다. 아시아 지역 전통 무술을 혼합한 원빈의 정교한 액션 동작도 빛을 발한다.

소미 역의 김새론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다. 김새론은 우니 르콩트 감독의 '여행자'(2009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있다. 부모로부터 버림 받은 소녀가 보육원을 거쳐 프랑스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겪는 슬픔과 고독을 잘 연기했다. '아저씨'에서도 '레옹'의 나탈리 포트만 이상으로 활약을 펼친다.

'아저씨'는 잔혹 액션영화다. 총, 칼, 도끼가 난무하고 찌르고, 긋고, 베는 장면들은 시각, 청각 양쪽을 모두 자극한다. 스크린을 피로 물들이는 칼싸움과 아이들의 장기를 적출하는 장면 등도 끔찍하다. 감성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러닝타임 119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중기 객원기자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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