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한(後漢) 때 양진(楊震)은 곧은 심성과 학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벼슬에는 뜻이 없었던 양진은 오십이 넘어서야 관직을 맡았다. 임지로 가는 길에 관할 하급직에 있던 왕밀이 찾아와 금품을 바쳤다. 양진이 화를 내며 거절하자 왕밀은 이 밤중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받아두라고 했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子知),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라며 호통을 쳐 돌려보낸다. 이를 양진의 사지(四知)라고 한다.
우동기 대구 교육감이 취임 전후 두 달 동안 6번이나 금품 수수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현직 교장과 교육청 간부, 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대개 인사나 사업 청탁 때문에 그런 제의를 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우 교육감은 교육계에 만연한 부패 분위기를 개탄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했다.
왕밀의 제의를 물리친 뒤, 양진의 일 처리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왕밀을 삭탈관직했거나, 저 멀리 한직으로 좌천시켰을 것이다.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갔다면 사지(四知)가 알려지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왕밀이 스스로 비리를 떠벌리고 다녔을 리는 없고, 청렴결백에다 '관서의 공자'라고 불릴 정도로 학식과 인품이 높았던 양진의 입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 교육감의 일 처리는 말끔하지가 않다. 우 교육감은 취임 뒤 교육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했다. 또 교육 비리 신고 포상금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올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 교육감이 밝힌 사례의 경우, 금품 제공 의사 표시만으로도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좀 앞뒤가 안 맞다. 쉽지는 않겠지만 고발까지는 아니어도 청탁자에게 불이익을 줄 생각이 없다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좋은 뜻에서 보면 이렇게 공개해 앞으로 어떤 청탁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를 경고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리는 경고만으로 절대 없앨 수 없다. 개혁은 늘 힘들고, 아프다. 원칙만으로는 처리하지 못하는 '이번만은 불문'이라는 온정주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