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개혁과 온정주의

입력 2010-08-04 10:57:18

중국 후한(後漢) 때 양진(楊震)은 곧은 심성과 학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벼슬에는 뜻이 없었던 양진은 오십이 넘어서야 관직을 맡았다. 임지로 가는 길에 관할 하급직에 있던 왕밀이 찾아와 금품을 바쳤다. 양진이 화를 내며 거절하자 왕밀은 이 밤중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받아두라고 했다. 이에 양진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그대가 알고(子知), 내가 아는데(我知)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라며 호통을 쳐 돌려보낸다. 이를 양진의 사지(四知)라고 한다.

우동기 대구 교육감이 취임 전후 두 달 동안 6번이나 금품 수수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현직 교장과 교육청 간부, 업체 관계자 등으로부터였다.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했으니 대개 인사나 사업 청탁 때문에 그런 제의를 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러나 우 교육감은 교육계에 만연한 부패 분위기를 개탄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는 않겠다고 했다.

왕밀의 제의를 물리친 뒤, 양진의 일 처리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다. 아마 왕밀을 삭탈관직했거나, 저 멀리 한직으로 좌천시켰을 것이다. 아무런 일 없이 넘어갔다면 사지(四知)가 알려지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왕밀이 스스로 비리를 떠벌리고 다녔을 리는 없고, 청렴결백에다 '관서의 공자'라고 불릴 정도로 학식과 인품이 높았던 양진의 입에서 나왔다고 보기는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 교육감의 일 처리는 말끔하지가 않다. 우 교육감은 취임 뒤 교육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했다. 또 교육 비리 신고 포상금을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올렸다. 법조계에 따르면 우 교육감이 밝힌 사례의 경우, 금품 제공 의사 표시만으로도 충분히 처벌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도 문제를 삼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좀 앞뒤가 안 맞다. 쉽지는 않겠지만 고발까지는 아니어도 청탁자에게 불이익을 줄 생각이 없다면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좋은 뜻에서 보면 이렇게 공개해 앞으로 어떤 청탁도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이를 경고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비리는 경고만으로 절대 없앨 수 없다. 개혁은 늘 힘들고, 아프다. 원칙만으로는 처리하지 못하는 '이번만은 불문'이라는 온정주의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서지 못하면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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