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착한 기업과 사회적 책임경영

입력 2010-08-04 08:07:53

사람에게만 붙이는 형용사인'착하다'라는 말이 기업을 수식하는 말로도 쓰이고 있다. 이른바'착한 기업'(good company)은 오늘날 전 세계를 풍미하는 화두다. 이윤극대화를 위해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에게 착하기를 바라고 착한 기업에게 투자가들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승자독식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시장실패에 대한 깊은 실망과 반성 위에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또는 사회책임(CSR)경영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는 미래 세대와의 공존, 자연과의 공생, 사회적 약자와의 나눔을 실천하는 이른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와, 빌게이츠가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역설한 '창조적 자본주의'(creative capitalism)를 실현하기 위한 기업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사실과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종전에는 기업이 좋은 품질의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팔아 돈을 잘 벌면 우량기업이 될 수 있었고 그 기업의 경영자도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이젠 돈을 잘 벌고 재무상태가 탄탄한 기업과 경영자는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지언정 존경을 받지는 못한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나, 착한 기업의 주식들로 구성된 다우존스지속가능성(DJSI) 지수와 파이낸셜타임즈윤리경영기업(FT4GOOD) 지수에 선정되는 것을 큰 영예로 여긴다.

오늘날 '착한 기업'이 뜨는 것은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기업경영을 맡고 있는 경영자들의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에서 비롯되고 있다. 경제발전의 패러다임이 '성장 제일주의'에서 '지속가능성'과 '행복'으로 옮겨가고 있고, 돈보다 명예를 더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착한 기업들이 돈도 더 잘 번다. 선행과 나눔을 실천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를 꿈꾸는 '착한 소비'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78%가'비싸도 착한 기업의 제품을 사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착한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등 기업가치가 높아져 투자자들의 돈이 모여들고,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든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옛말이 있지만 인심 좋은 회사엔 곳간도 꽉 차기 마련이다. 전 세계적으로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적 책임투자'(SRI)의 규모가 해마다 쑥쑥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에 비해 우량기업으로 손꼽히던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회계부정이나 아동노동, 환경오염 등의 비윤리적 행위로 인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례들은 타산지석의 교훈이 되고 있다.

현대 마케팅의 대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교수는 "앞으로 사회책임경영을 올바로 수행하지 않는 기업은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어렵게 될 것"이라며 "사회책임경영을 단순한 자선활동이 아닌 경영과 마케팅의 전략적 차원에서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이 공론의 장으로 들어오게 됐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사회책임경영이 이미 논쟁의 단계를 넘어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로 진행된 지 오래다. 이제 우리나라도 대기업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중소기업까지도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와의 상생을 위한 사회책임경영의 대열에 함께 나서야 할 때다. 특히 글로벌 우량기업의 반열에 들고자 하는 기업이라면, 사회공헌'윤리경영'환경경영을 아우르는 '지속가능경영(사회책임경영)'을 앞장서 실천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회사와 협력업체까지 '착한 기업'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매출을 올리고 이익을 많이 내는 경쟁에다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경쟁도 함께 벌일 때다.

400년간 12대 만석꾼의 부를 이어간 경주 최부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시금 되새겨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그리고 "빨리 가려면 혼자 가라. 하지만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아프리카 원주민의 속담에서 나눔과 상생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는 대지의 일부이며, 대지는 우리의 일부"라는 시애틀 추장의 편지 한 토막에서 자연과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결의를 새롭게 다져야 할 때다.

경제칼럼(하춘수 대구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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