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를 구미 당기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17)임성빈씨

입력 2010-08-02 19:38:01

"봉사활동 때문에 인간됐어요. 그래서 일자리를 구해도 자원봉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곳을 고르다보니 힘든 모양입니다."

54년 인생 동안 절반에 걸쳐 생업과 봉사를 함께 해온 덕에 사랑하는 아내 이영숙(58)씨를 만나 가정을 일궜고 오늘까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임성빈씨는 이발사다. 젊은 시절 익혀두었던 이발 기술로 봉사에 눈을 떴고 신앙심 깊던 누나의 권유로 종교를 가지면서 자신의 삶이 인간답게 됐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누나와 함께 살다가 1985년 구미에 정착한 임씨는 한 대기업의 사내 이발소에 취직하면서 틈틈이 선산에 있는 양로원에서 이발 봉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26년. 봉사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당시 양로원 직원이었던 부인을 만났고, 1988년 결혼했다. 그때부터 양로원 부근에 있던 200여기의 무연고 혹은 돌보는 이 없는 묘지의 벌초를 돕는 봉사를 시작했는데 벌써 20년을 넘어섰다.

임씨의 이발봉사는 현재 3년째 계속 중인 순천향 병원 환자 이발봉사(매월 네 번째 수요일 오전9~12시)로 이어졌다. 또 홀몸 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들의 도시락 만들기 봉사(매주 토요일)와 거동이 힘든 중중 장애인 방문 이발봉사도 함께 했다. 몇몇 대기업 사내 이발사 생활과 개인업소 운영 등 20년이 넘는 이발사로 살아온 그에게 이발봉사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고 그 분야도 훨씬 다양해졌다.

이달 28일 오전 9시부터 순천향병원 6층 1평 남짓한 휴게실에 마련된 임시 이발소에서 정기봉사를 시작한 임씨는 한 환자가족이 "환자가 움직일 수 없다"고 하자 도구를 들고 직접 병실을 찾아 10여분 만에 덥수룩한 머리를 단정하게 손질해주었다. 손씨는 "이발하니 시원하시죠"라며 밝게 인사를 건넸고, 환자는 "고맙네"라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에는 승용차 대신 트럭을 구입, 어르신들이 수집해놓은 폐지나 고물 등을 집하장으로 옮겨주는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매일신문 중부본부에 버려진 철제 의자 등이 있다고 하자, 자신은 일이 있어 폐품을 수집하는 어르신들에게 연락해 수집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중고품 판매 가게에 다니는 부인과 함께 작은 다세대 주택에서 욕심 없이 살고 있다는 임씨는 "가난하기에 봉사가 가능한 것 같다"면서 "제 삶이 이렇게 잘 이어져온 것도 봉사 덕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이발로는 생계가 어려워 다른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임씨는 "봉사를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봉사를 중단할 수도 없고···"라며 고민 중이다. 하지만 임씨는 여전히 봉사활동이 자신에게 소중한 삶을 가져다주었다고 믿는다.

어려울수록 힘든 이들의 입장을 잘 알기에 자신의 안위보다는 봉사에 더 많은 무게를 두는 그에게 봉사는 운명 같은 것인 듯 했다. 아무래도 임씨의 마음속에는 '봉사는 내 운명'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 것 같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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