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 장기 침체…관련 업종 불황 직격탄

입력 2010-08-02 09:52:46

"사무실 유지도 힘들어" 죽을 맛

주택 거래가 크게 줄면서 가구점, 중개업소, 이삿짐업체, 법무사사무실 등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불황을 맞아 가구점들이
주택 거래가 크게 줄면서 가구점, 중개업소, 이삿짐업체, 법무사사무실 등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불황을 맞아 가구점들이 '가격 할인' 등을 알리며 영업을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지난달부터 사무실을 반으로 나눠 쓰고, '실장'(직원)도 내보내고 그 일을 아내가 대신합니다. 일거리가 없어 거의 놀다시피 합니다."

주택 거래 침체로 부동산공인중개사 이모(48) 씨처럼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을 줄이기 위해 공동사무실을 운영하는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다. 중개업소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삿짐업체, 법무사사무실, 가구점 등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대구의 아파트 거래 건수(국토해양부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자료 기준)는 경기가 좋을 때는 2천500~3천200여 건에 이르지만, 올 들어서는 ▷3월 2천644건 ▷4월 2천500건 ▷5월 2천118건 ▷6월 1천930건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과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에는 중개업소가 3천500여 개였으나 요즘은 3천200여 개로 10% 가까이 줄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 홍보분과위원장은 "부동산 중개 물량이 크게 줄어 아예 문을 닫는 업체도 있고, 건물 임대료나 전기료라도 줄이기 위해 공동사무실을 쓰는 업체들도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달서구 진천동 A공인중개사 대표는 "올 들어 계약건수가 10건도 안 된다. 월급(60만원, 인센티브 별도)을 줄 형편이 되지 않아 실장도 내보냈다"며 "상당수 업체들이 한 달에 계약서 1장 쓰기가 어렵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대리운전을 하거나 보험영업 등 부업을 하는 공인중개사들도 많다"고 전했다.

수성구 범어동 B법무사 사무장은 "3, 4년 전에 비해 등기 업무가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직원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고, 건물주에게 사무실 공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며 "예전엔 아파트 신규 분양이 많아 수백 가구 이상의 단체 등기대행이 있었는데, 요즘은 옛날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가구점과 이삿짐 업체들도 울상이다. '폐업정리, '똥값처분' 등의 광고 문구를 내건 가구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남구 대명동 C가구점 대표는 "가구는 유행에 민감해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데, 반값에 판매해도 찾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며 "소비자들의 씀씀이도 크게 줄었다. 예전에 큰 아파트로 이사를 가면 장롱, 소파, 장식장 등 가구 장만 비용으로 보통 1천만원 정도는 썼는데, 요즘은 500만원 이상을 쓰는 사람들이 드물다"고 했다.

D이삿짐업체는 일거리가 없어 15명이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일이 있을 때만 3~5명 부른다. 이 업체 대표는 "경기가 좋을 때는 예약이 1, 2개월 이상 밀렸고, 주말에는 비용을 더 받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엔 주말에도 일거리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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