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독 남의 말을 좋아하는 어느 교사 때문에 원내 분위기가 어수선한 날이 많아졌다. 직원들 간의 유대관계는 물론 유치원 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한동안 지켜보던 원장은 어느 날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 지금 말하고 다니는 일들의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입수했는지, 과연 신뢰할 만한 것인지에 대하여 물었다. 소문의 진상을 하나하나 되짚어가며 묻자 그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상대에 대해 아는 것도 없이 소문만 듣고 지레짐작으로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를 퍼뜨린 것이다.
원장은 내 눈으로 본 것도 다 확신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남의 말만 듣고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느냐며 조용히 타일렀다. 설령 내가 속속들이 잘 아는 상대라 하더라도 내막을 모르면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자신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것이 세상 이치다.
나 역시 누군가와 맞장구치며 근거 없는 소문에 은근히 동조하지는 않았는지 반성이 된다.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상대의 인격을 무너뜨려 치명적인 해를 줄 수도 있다. 이미 사건이 터진 후에는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고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길이 없다.
설망어검(舌芒於劍)이라는 말이 있다. 혀는 칼보다 날카롭기에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은 깊은 상처를 주는 반면 빨리 아물기라도 하지만 비난의 말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내가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면 그것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내 가슴을 치게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눈으로 본 것도 확신하지 못하는데 주변의 말에 솔깃해 그 말에 힘을 실어준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때로는 말이 와전되어 잘못 전달된 말로 인해 시비를 가르느라 싸움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남을 평가할 때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습관이 있다. 칭찬에는 인색하지만 비난에는 동조하여 조그만 실수 정도는 묻어줄 수 있는데도 들추어내고자 한다. 절망의 언덕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때 누군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면 그 사람은 에너지를 얻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사소한 것에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누군가 아파할 때 위로의 말을 하며 기분 좋은 말들을 민들레 홑씨처럼 널리 퍼뜨려 간다면 따뜻한 가슴을 맞대고 살아가는 세상이 서둘러 다가올 것이다.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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