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최진영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아빠에게 매일 두드려 맞고 엄마는 밥을 굶긴다. 그 소녀는 엄마 아빠를 '가짜'라고 규정하고 집을 나온다. '진짜 엄마'를 찾기 위해서다.
'진짜'를 찾아 나서는 그 소녀의 발걸음은 세상의 후미지고 외진 곳을 향한다. 그녀가 스쳐 지나는 사람들은 역시 하나같이 못나고 실패해서 가짜 취급받는 사람들이다. 황금다방 장미 언니, 태백식당 할머니, 교회 청년, 폐가의 남자, 각설이패 등이 그 사람들이다. 소녀는 그 사람들과 함께 잠깐의 평화를 꿈꾸기도 하지만 그 행복은 실현되지 못하고 또다시 버림받는다.
연달아 닥치는 불행 탓일까. 소녀는 끊임없이 엄마라는 근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안락한 그곳에 다시 들어가 죽을 때까지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내 몸뚱이를 갖고 스스로 울기 시작하면서 나는 괴로워졌다'는 것이 열 살 소녀의 고백이다.
'진짜 엄마'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세상의 부조리는 오히려 일상이다.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는 친구, 철거촌에서 힘없이 당하기만 하는 가난한 사람들. 그 사이에서 소녀는 '하루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가는데 돌아보면 늘 제자리이고 무심결에 손을 베듯 몸과 마음에 상처가 나는' 시간들을 견뎌낸다. 그런 가운데 어린 소녀는 자란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와 세상을 보는 시선도 자란다.
'나는 진짜를 찾기 위해 가짜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중이다. 세상의 가짜를 다 모아서 태워버리면 결국 진짜만 남을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녀가 찾은 '진짜'는 허무하다. 모든 게 귀찮을 땐 외면하고 상관없는 척하는 사람, 오직 중요한 건 자신의 생존인 사람. 그런 사람을 찾기는 너무 쉽고 흔하니까 소녀는 오랫동안 지금까지 찾지 못한 것뿐이다.
우리는 끝내 그 소녀의 이름을 알 수 없다. 우리 곁을 스쳐간 불행한 표정의 누군가 역시, 끝내 이름 없이 세상을 떠돌고 있는 사람일지 모른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304쪽, 1만1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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